일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1차 협력업체 직원을 흉기로 살해한 2차 하청업체 대표에게 징역 28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8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울산에서 조선업 2차 하청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지난해 4월 1차 하청업체 팀장인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 회사로부터 선박 12척의 탱크 보온작업 공사를 수주한 이후 1년 넘게 아무런 일감을 받지 못했다. 당시 커미션 문제로 하도급 계약 체결 담당자인 B씨와 갈등을 겪은 게 원인이라고 생각한 A씨는 앙심을 품고 있던 중 퇴근 중이던 B씨를 찾아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행 직후 경찰에서 "날씨가 흐려서 찾아갔다" "1년 동안 만나지 않다가 찾아간 것이니 만나게 되면 죽여버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A씨는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계획적 살인으로 보고 권고 형량의 최고치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기까지는 불과 26초 밖에 걸리지 않았다"며 흉기 사용에 전혀 망설임이 없었고, 피해자를 칼로 찌른 후에도 비교적 차분하고 침착하게 행동한 점을 양형 이유로 들었다. 항소심은 "형량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한 A씨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징역 28년으로 감경했고, 대법원 역시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