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 업계가 국내 기업이 선점하려는 가정용 집사 로봇 영역에서 잇따라 도전장을 내면서 한중 간 가전 대결이 로봇 영역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중국 대표 가전 기업 TCL이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서 국내 기업의 제품과 유사한 형상의 집사 로봇을 공개하는 가운데, 국내 업계에서는 추격을 위해 중국 업계가 또 베끼기 전략을 꺼낸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6일 본지 취재 결과 TCL은 CES 2025의 개막에 맞춰 자사 최초로 인공지능(AI) 집사 로봇 ‘헤이에이미(HEYAIME)’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센트럴홀에 차려진 TCL 부스 한 편에 신제품 헤이에이미와 세탁용 AI 로봇을 소개하는 다양한 영상과 전시물을 찾아 볼 수 있었다. 한 TCL 관계자는 시연 행사를 앞두고 헤이에이미와 다양한 대화를 주고 받는 등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헤이에이미 프로덕트 매니저는 “이번에 보여주는 제품은 컨셉 제품이라 향후 구체적인 형태는 바뀔 수 있다”며 “제품 출시는 내년인 2026년 중에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제품은 크게 바퀴가 달린 이동 부분과 이동 부분 안에 들어가는 캐릭터 모양의 부분으로 구분됐다. 시연자는 시연 도중 이동 부분에 담긴 캐릭터를 분리해 쇼파 위에 올려 놓고 시연을 이어가기도 했다.
다만 이 제품은 앞서 공개된 국내 기업 제품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2020년 처음 선보인 집사 로봇 ‘볼리’와의 유사성이 돋보였다. 볼리와 색깔은 달랐지만 두개 바퀴로 움직이며 친근한 형상이 강조된 모습이 공통적이었다.
중국은 로봇 뿐 아니라 국내 업계가 선수를 친 영역에서 ‘미투’ 전략을 구사해 왔다. TCL은 2년 전 CES에서도 LG전자의 스타일러와 유사한 제품을 선보였으며 하이센스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4에서 LG전자의 Q9과 흡사한 외형의 반려 로봇 '할리'를 선보였다. 하이센스에 이어 TCL까지 출사표를 던지면서 한중 기업 간 대결이 가정용 로봇으로 확전될 전망이다.
중국 업계의 카피 전략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TV 제품에서도 도드라졌다. 하이센스는 ‘AI your Canvas’라는 구호 아래 다리가 달린 캔버스형 TV 제품과 액자를 나란히 전시했는데, TV 제품의 경우 삼성전자가 앞서 공개한 세리프TV와 외형적 유사성이 높았다. TV를 액자와 나란히 배치해 프레임 디자인의 심미성과 예술성을 강조한 마케팅 방식도 삼성전자의 전례를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TCL은 2018년에는 삼성전자 더 프레임을 따라한 ‘프레임 TV’를 선보인 적 있으며 2019년에는 화면을 세로형으로 돌릴 수 있는 삼성 ‘더 세로’ TV와 판박이인 ‘제스(XESS) 스마트스크린’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중국 기업들은 AI홈, 가전 간 연결 등을 앞세운 국내 기업들과 달리 올해 행사에도 큰 화면을 강조한 TV 제품들을 대거 행사장 핵심에 배치했다. TCL과 하이센스 모두 LG전자 전시장 규모와 동일하거나 더 넓은 규모의 행사장을 마련해 ‘세계에서 가장 넓은 미니 LED TV’, ‘세계에서 가장 넓은 퀀텀닷(QD)-미니 LED TV’ 등과 같은 광고 문구를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