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감독원장으로 이복현(사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취임했다. 이 신임 원장은 역대 최연소에 사상 첫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라는 타이틀로 출발한다. 하지만 금융 당국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파격 인사에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금감원의 검사·조사 역량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긍정론이 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금감원까지 검찰 출신이 수장으로 오면서 ‘검찰 공화국’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금감원장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그립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원장은 7일 오후 열린 취임식에서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 도모에 우선을 둬야 한다”면서 “민간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차분히 점검해 제도적 측면뿐 아니라 제도 외적인 측면에서의 규제도 함께 살피고 걷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 소비자 보호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9년 금감원 설립 이래 검찰 출신이 금감원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막내 격인 이 원장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었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밀어붙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로 통하지만 금감원과 직접 인연은 없다. 다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수사를 맡아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의혹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 과정에서 금감원과 호흡을 맞춘 바 있을 뿐이다. 금융위원회는 “이 내정자가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 범죄 수사 업무에 참여해 경제 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준법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 소비자 보호 등 금감원의 당면한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임명 제청 사유를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금융 당국 수장은 “특사경의 수사나 자본시장 조사는 금감원의 여러 업무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시장에 여러 위험이 높아지는데 유연히 대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앞으로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호흡을 맞춰 금융권에 산적한 과제를 풀어야 한다. 두 금융 당국 수장이 혼연일체가 되느냐 반목하느냐에 따라 금융 감독 정책은 시너지를 내기도 하고 산으로 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자본시장 불공정 거래 척결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취임 일성으로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해 종국적으로는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는 소신을 드러냈다.
루나·테라 급락 사태 등으로 확인된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는 사각지대에 대한 새로운 감독 체계 정립도 하루빨리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개념인 메타버스·빅테크·가상자산 등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됐다”면서 “이에 수반하는 금융시장 변화는 현실이 된 상태”라고 했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
△1972년 서울 △서울 경문고 △서울대 경제학과 △공인회계사 △사법고시 42회 △서울지검 남부지청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장, 경제범죄형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