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올 1분기 보유한 ‘차입금 및 사채(이자액 포함)’ 규모가 역대 최고치인 103조 860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관련 규모가 91조 9504억 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불과 석 달 만에 약 12조 원이나 늘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이 ‘빚으로 빚을 막는’ 한전의 차입 경영도 관련 법에 따라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점이다. 재정 투입이나 관련 법 개정이 없으면 한전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신규 발행한 회사채는 14조 5000억 원에 달한다. 전력 구입비가 급등한 반면 전기요금은 사실상 동결되면서 관련 손실을 회사채로 메운 탓이다. 이 같은 발행 규모는 지난해 연간 발행액(10조 4300억 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연내 3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추가 사채 발행이 불가피할 정도로 한전을 둘러싼 상황은 악화 일로다. 올여름 역대급 폭염까지 예고돼 전력 수요도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전의 손실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계통한계가격(SMP) 조정 및 올 3분기 실적 연료비를 1㎾h당 3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한전의 재정 악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전 자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기요금 1% 인상 시 분기당 1537억 원가량의 이익이 늘어난다. 당장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을 100%가량 인상해야 올해 영업손실을 면할 수 있는 수준인 셈이다.
정부는 올해 연료비 인상분을 내년 전기요금에 반영할 경우 한전의 재무제표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문제는 한전이 올해를 버티기 힘들다는 점이다. 관련 법에 따라 회사채 발행이 제한돼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법 16조에 따르면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규정돼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전의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친 금액은 총 45조 8928억 원으로, 당기순손실만큼 적립금 규모도 줄어든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에는 회사채 발행이 제한된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2008년처럼 한전에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한전공사법 개정을 통해 한전의 숨통을 틔워주고 추후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한전의 손실을 줄이는 방안이 가장 유력한 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