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시그널] 한전, 금리 3배 주고 해외서 1조 긴급 수혈

■ 외화채 역대 최대 8억弗 발행

고금리 제시해 투자수요 확보

눈덩이 적자發 자금난 '숨통'





탈원전과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천문학적 손실을 내고 있는 한국전력이 해외에서 8억 달러(약 1조 40억 원)의 외화채를 발행하며 자금난에 숨통이 트였다. 한전이 텅 빈 곳간을 채우려 올 들어 국내에서만 12조 원 넘는 채권을 발행해 시장 교란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해외를 자금줄로 삼은 것이다. 최근 시장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한전은 지난해 대비 3배가 훌쩍 넘는 금리를 부담하며 현금을 확보했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전날 아시아와 유럽·중동 등에서 8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 발행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해 외화채 발행에 성공했다. 투자가들이 5억 달러를 모집한 3년물에 41억 달러, 3억 달러를 발행할 5년물에 30억 달러의 주문을 내면서 목표로 한 8억 달러를 조달했지만 최근 금리 상승으로 미국 국채금리에 3년물은 80bp(1bp=0.01%), 5년물은 105bp의 가산금리가 각각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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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최종 부담하는 이번 외화채금리는 3년물 3.625%, 5년물 4.000%로 지난해 9월 3억 달러의 그린본드 발행 때 부담한 금리(1.125%)의 3배를 훌쩍 넘는다. 한전 외화채 발행의 주관사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씨티그룹·JP모건·미즈호증권·SC은행이 맡았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리 상승에도 높은 금리를 제시해 투자 수요를 확보하면서 가산금리를 일부 낮췄고 최근 발행이 여의치 않은 5년물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채의 해외 수요가 탄탄한 것은 사실상 정부 보증 때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전은 지난해 5조 8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올해 1분기에만 7조 8000억 원의 영업적자를 내자 국내에서 대거 채권을 발행해 손실을 메워왔다. 하지만 한전채 발행 급증이 회사채금리마저 끌어올리며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이 일자 해외에 손을 벌리게 됐다.

한전은 친환경 투자를 위한 채권인 그린본드를 발행한 만큼 조달 자금을 태양광·풍력발전 확대와 신재생 접속 설비 보강, 전기자동차 구입 및 충전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한다. 올해 적자가 20조 원을 넘어 3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한전이 해외에서 어렵게 조달한 자금까지 수익성이 낮거나 담보되지 않은 분야에 쓸 경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5년 이상 흑자 경영을 해온 한전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로 2018년 적자를 기록한 후 2019년부터 외화채 발행에도 나서 올해는 규모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커지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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