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소설대로 남편 살해?'…美소설가 정말로 소설을 현실로 만들었을까? [지브러리]

“잘못된 남편”, “잘못된 애인” 집필한 미국 소설가 낸시 브로피

사건 7년전 “남편을 살해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게시

최근 남편 살해 혐의로 재판 받고 유죄 평결 받아

범행 동기는 명확히 소명되지 않아 의문 남아 있어








미국의 소설가 낸시 브로피(71·여)가 25일(현지 시각) 남편을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유죄 평결을 받았다. 무명 소설가였던 그녀가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사건이 일어나기 7년 전 낸시가 “남편을 죽이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본인 블로그에 게재했기 때문. 낸시와 변호인단은 1심의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낸시는 과연 7년 전에 게재한 글처럼 남편을 살해한 것일까.


정말 ‘남편을 살해하는 방법’대로 실제 사건 벌였을까?


“남편을 살해하는 방법” /사진=연합뉴스“남편을 살해하는 방법” /사진=연합뉴스


“남편을 살해하는 경우 부인은 살인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으니, 부인은 치밀하고, 냉정하고, 교활해야 한다.”

낸시가 블로그에 게재한 문제의 글 내용 중 일부이다. 해당 글에서는 남편을 살해할 만한 동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재정 문제, 외도 문제, 가정폭력 등의 사유를 열거했으며 독살, 청부살인, 총기 사용 등 실제로 살해를 저지르는 방법에 대한 장단점을 서술했다. 낸시 본인은 '추리소설가로서’ 생각하고 쓴 글이라고 밝혔지만 이 글의 게시 7년 후 그녀의 남편 댄 브로피는 살해당했다. 그리고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아내인 낸시가 지목된 것이다.

사건은 2018년 6월 2일 아침에 벌어졌다. 댄은 다니던 직장에서 총격을 받아 살해된 채로 발견됐다. 숨진 댄의 몸에는 2개의 총상이 있었다. 법의학 전문가들은 댄이 먼저 등에 총을 맞고 몸이 마비되어 쓰러졌으며 이후 가슴에 총을 맞고 절명했다고 분석했다.



‘살인VS무죄'치열했던 법정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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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의 유죄를 주장하고 있는 검사/사진=AP통신낸시의 유죄를 주장하고 있는 검사/사진=AP통신


사건이 일어난 후 수사당국은 아내인 낸시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기소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로 인해 사건 이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져 왔다. 더구나 해당 사건에는 직접적인 증거 없이 정황 증거들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공방은 한치 앞을 알 수 없었다.

검찰 측은 사건 당일 낸시가 경찰에 자신이 보관하던 총기를 제출하면서도 따로 가지고 있던 총기 부품은 제출하지 않았고, 결국 수사관들이 해당 총기 부품을 찾지 못한 것을 바탕으로 낸시가 범행 당시 따로 가지고 있던 총기 부품으로 교체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낸시 측에선 이 총기 부품을 두고 소설을 쓸 때 참고하기 위해 구매한 것이며 사건 당시 해당 총기 부품들이 문제가 될지 몰라서 제출하지 않았고 체포된 이후 그 총기 부품들을 잃어버렸다고 반박했다.

또한 남편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 범행 장소 근처에 낸시가 본인의 차를 타고 배회하는 모습이 인근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것을 또 다른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글을 쓰고 있었다고 말했던 낸시의 증언과 배치되는 증거였지만 낸시는 감시카메라 영상을 본 후 영상 속 운전자가 본인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사건이 있던 날은 너무나 충격적인 나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증언 또한 덧붙였다.

검찰 측에서는 낸시의 재정 상황을 또 다른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낸시는 사건 발생 당시 대출금을 갚느라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남편 앞으로 10개의 생명보험을 들어 놓았고, 남편이 사망할 경우 140만 달러(한화 약 17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었다. 검찰은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를 들면서 낸시가 남편을 살해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낸시의 재정 상황이 오히려 좋아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때 남편 댄의 실직과 낸시의 임플란트 수술 등의 문제로 재정 상황이 나빠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사건 3개월 전 부부가 해외여행을 다닐 만큼 재정 상황이 양호해졌다는 것. 또한 남편 앞으로 둔 생명 보험은 당시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낸시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 들어 두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유죄 평결’ 배심원단의 판단과 여전히 남아 있는 석연치 않은 부분


배심원단은 8시간에 걸친 격론 끝에 낸시에 대해 2급 살인 혐의로 유죄 평결 의견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오는 13일 형량이 선고될 예정이다. 선고 형량은 최고 종신형까지 가능하다.

해당 재판을 취재했던 현지 외신 기자는 범행 장소 인근 감시카메라에 찍힌 낸시의 모습과 재판장에서 범행 당일의 기억과 관련해 일관되지 않은 증언을 했던 낸시의 태도 등이 배심원들이 유죄로 평결했던 것에 유력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봤다.

하지만 여전히 낸시의 범행 동기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실제로도 낸시의 재정 상황은 나아지고 있었기 때문. 낸시의 변호인단은 항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항소가 받아들여질 경우 사실관계는 더 이상 판단하지 않고 증거 채택의 과정과 판결이 법률적으로 정당했는지 여부를 따지는 법률심이 진행된다.

임성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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