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기대인플레이션도 이미 물가에 반영되고 있는 만큼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이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한 만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된다.
9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의 물가 전가율 추정 결과를 이용해 산출한 환율의 물가 상승 기여도는 올해 1분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 3.8%의 9% 정도인 0.34%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가 만원 올랐다면 9% 정도는 환율 요인이라는 것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환율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화 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이 계약통화기준 수입물가 상승률을 지속적으로 웃돌면서 물가상방압력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것이다. 주요 품목별로 살펴보면 에너지 부문에서 환율 효과가 두드러지는데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 주요 품목에 대한 결제가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2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환율 상승 속보가 하루 1.15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빠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부터 2022년 5월 중 상승 속도인 하루 0.51원보다 급격히 빨라졌다. 환율의 물가전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로 수준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다시 높아지면서 올해 1분기 0.06 정도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환율의 물가 전가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상승기와 달리 수요와 공급 요인 모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향후 환율 상승이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에 미치는 영향에 보다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