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설립된 교육 스타트업 A사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비대면 분야 유망 스타트업 육성 사업’을 통해 1억 5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성장성을 인정한 비대면 기업이지만 이 회사는 아직 제대로 된 사무실은커녕 흔한 홈페이지 하나 구축하지 못했다.
벤처업계에서는 A사처럼 정부의 비대면 분야 유망 스타트업 육성 사업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정상적인 기업 활동은 하지 않은 채 지원금만 챙기는 업체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벤처기업 대표 B씨는 “정부의 허술한 심사와 사후 관리 탓에 돈만 챙기고 폐업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사업 다각화를 위해 목돈이 필요한 진짜 유망 스타트업들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며 “일부 ‘먹튀’ 스타트업들이 정책 자금을 눈먼 돈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기부는 지난해 4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비대면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한다는 목적으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중기부는 이 사업을 통해 총 400여 곳의 창업 기업과 예비 창업자들에게 총 규모 600억원, 사업체당 최대 1억 5000만원의 창업 지원금을 지급했다.
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원 받은 기업들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 부실 지원 의혹에 불을 지피고 있다. 담당 부서인 중기부 기술창업과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사업화 자금을 수령한 기업·예비 창업자들의 이름과 소재지에 관한 정보 공개를 기피하고 있다.
지원 기업을 선정하는 심사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중기부는 지원 기업들의 사업 선정 근거로 ‘제품·서비스의 개발 동기, 개발 방안, 성장 전략, 기업 구성 및 역량, 비대면 분야 유망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했다고 밝혔다.
각 기업이 종사 중인 비대면 분야와 세부 사업 항목이 모두 다르지만 선정 사유는 하나로 동일해 제대로 된 심사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중기부는 올해도 450억원을 투입해 비대면 스타트업 육성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와 같이 12개 부처와 협업을 거쳐 약 300여 곳의 창업 기업과 예비 창업자들에게 최대 1억 5000만원의 사업화 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각 기업에게는 중요한 경영 정보일 수 있다”며 “지원 받은 기업의 세부 리스트를 외부에 임의대로 공개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벤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인 기업들에 공정하고 체계적인 절차를 거쳐 지원금을 지급했다면 실명을 알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세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쏟아 부은 사업인 만큼, 선정 기업들이 사업화 자금을 받은 이후에도 계속해서 잘 성장하고 있는지 국민들이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