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시장은 이중구조가 심각하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 중심의 기득권 노조와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노조가 성(城)의 안팎처럼 철저하게 나뉘어 있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 등 기득권 노조가 철옹성처럼 구축한 성벽이 만든 임금·복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의 2020년 전국 노조 조직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노조 조직률은 14.2%다. 1989년 조사 이래 단 한 차례도 20% 선을 넘지 못했다. 10명 중 8명의 근로자가 비조합원으로 노조법에 따른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얘기하면 근로자 10명 중 8명은 민주노총·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을 주축으로 한 거대 기득권 노조의 주장이나 입장과 괴리돼 있다는 말이다.
심지어 노조 조직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부문별 노조 조직률을 보면 공공 부문이 69.3%로 민간 부문(11.3%)의 6배를 웃돈다. 사업장 규모로 보면 근로자 300명 이상 사업장이 49.2%로 압도적이다. 30~99명은 2.9%, 30명 미만은 0.2%로 사실상 노조 조직이 없는 실정이다.
대기업과 공공 부문 노조는 임금·근로시간 등 처우 개선 수준을 계속 높이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사측과의 협상이 어려워 제자리거나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 같은 노동시장 안에 있는 근로자인데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간한 대·중소기업 간 노동시장 격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년간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졌다. 대기업의 1인당 월 임금을 100%로 놓고 중소기업 월 임금과 비교한 결과 1999년에는 비율이 71.7%였는데 2019년에는 59.4%로 급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