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집단지도체제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 vs 반명’ 간 계파 갈등이 첨예해지는 가운데 일종의 당 대표 ‘권한’을 나누는 집단지도체제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중재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9일 간담회를 열어 차기 민주당 지도부를 ‘통합형 집단지도체제’로 구성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개인 차원이 아닌 집단적으로 지도 체제 전환을 내세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선 의원들은 10일 출범하는 비상대책위원회에 관련 의견을 전달하기로 해 차기 지도부 선출 방식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민주당은 지도부 선출을 두고 ‘개딸(개혁의 딸)’ 등 권리당원 비중을 늘리자는 친명그룹과 국민 여론 반영을 높이자는 반명그룹 간 대립이 이어졌다. 갈등이 증폭된 상황에서 전당대회 룰을 어떤 식으로든 바꾸고 새 지도부가 꾸려져도 갈등이 잦아들기는 어렵다며 집단지도체제를 ‘솔루션’으로 제안한 셈이다.
재선 모임 대변인을 맡은 강병원 의원은 “야당으로서 보다 다양한 의견들이 지도부 내에서 나오고 최대한 민심을 반영하기 위한 지도 체제로서 통합형 집단지도체제가 적합하다고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은 단일 지도 체제 원칙에 따라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 선거를 하고 있다. 사실상 당 대표가 당권을 독점하는 구조다. 재선 의원들이 주장하는 집단지도체제는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득표 순서로 동시에 선출하는 방식으로 당 대표 권한을 분산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 계파 대표급이 모두 지도부에 입성해 갈등을 해소하자는 고육책인 셈이다.
다만 집단지도체제가 갈등을 오히려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 집단지도체제였던 2010년 당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은 사사건건 반목해 당 내홍을 키운 바 있다. 이에 ‘합의제’가 아닌 ‘협의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2013년 김한길 대표 시절에도 집단지도체제였지만 안건의 합의가 아닌 ‘협의’만을 최고위원회에 부여해 혼란을 최소화했다. 지도 체제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은 단일 지도 체제였지만 최고위가 ‘봉숭아학당’ 소리를 들을 만큼 갈등과 혼란의 최전선에 있었다”며 “전당대회 룰이나 지도 체제를 바꿀 경우 계파 간 이해득실로 갈등은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