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조사가 기술 개발 속도를 늦추고 탄소 중립 달성까지 어렵게 하고 있어 근본적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만기(사진)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은 9일 ‘탄소 감축 기술 R&D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산업발전포럼에서 “예비타당성제도는 핵심 R&D를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무용지물로 전락하도록 하는 최대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2017∼2021년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제는 R&D 기획에서 최종 통과까지 평균 2.8년이 소요됐다. 예비타당성조사는 2008년부터 R&D 사업에 도입됐지만 초기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지만 냉정한 분석보다 이상적 당위성에 의해 이뤄짐으로써 쉽게 도달하지 못할 목표가 될 우려가 있다”면서 “생산방식 전환은 수소환원제철 등 기술 혁신으로 가능하다. 문제는 R&D 예비타당성조사에 막혀 스웨덴·일본 등 경쟁국보다 개발 시작이 늦어지며 미래 철강 시장 선점 가능성까지 놓칠 우려가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 제도는 과제의 소형화·파편화, 과제 수 증가에 따른 일반적 R&D의 심사 평가 기간 지연, 획일적 평가 기준에 따른 평가 타당성과 신뢰성 저하 등 다양한 부작용도 양산하는 점을 고려해 조속한 개혁이 필요하다”며 “아예 폐지하거나 기획에서 최종 통과가 3개월 이내에 마무리되도록 하는 창의적 개선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정광하 KIAF 부설 미래산업연구소장도 탄소 중립 R&D 예비타당성조사 지연으로 기술 격차가 더욱 커질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정 소장은 이날 주제 발표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50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70%의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실증 및 시험 모형 단계 기후 기술의 상용화에 필요한 R&D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과 3년, 유럽연합(EU)과 2.5년의 기후 기술 격차에도 불구하고 탄소 중립 R&D 투자비가 미국의 7.4%, EU의 23%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6조 7290억 원 규모의 탄소 중립 R&D 예비타당성조사가 지연돼 2023년 예산에 반영되지 못할 상황”이라며 “기후 기술 격차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탄소 중립에 따른 산업구조 대변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우리나라 산업구조를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면서 “탄소 중립 R&D가 1년 지연되면 그 결과는 수십 년의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