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으로 소주, 맥주에 이어 생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편의점 등은 물건을 공수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차량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뱃길로 운송해야 하는 제주 삼다수의 경우 아예 제주도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와 CU, 세븐일레븐은 지난 8일부터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자체 물류 차량을 보내 소주를 실어나르고 있다. 편의점들은 1차로 하이트진로에서 물류센터로 소주를 받은 뒤 다시 전국의 가맹점으로 보내는데 이번 파업으로 1차 운송이 중단된 상황이다. 물량 부족으로 발주 수량 제한을 걸어가며 상황을 예의 주시하던 편의점 업계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직접 공수’라는 긴급 처방에 나섰다. 현재 이천 공장에서 파업 중인 화물연대 관계자들은 타 도매 업체나 유통사의 차량 진입은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편의점들은 가능한 수단을 총 동원해 통상적인 1일 발주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어렵게 물량 챙기기에 나섰지만, 긴급 투입할 트럭을 확보하는 일은 ‘전쟁’ 수준이다. 이미 계약에 따라 배송 내용이나 시간이 정해진 물류 차량 풀에서 추가 업무 가능한 대상을 섭외해야 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직영 차량 외에도 물류 업체와 계약해 편의점 일을 하는 지입 차가 많다 보니 기사 일정을 직접 컨트롤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여기에 주류 운송의 경우 이를 위한 별도의 면허가 필요해 일반 트럭을 대체 차량으로 섭외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 편의점의 관계자는 “주류 면허 스티커가 붙은 차량만 현장에 보낼 수 있다 보니 정규 물류 트럭 중에서 일부를 빼서 (공장으로) 돌리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몇 차례 더 물량 확보를 위해 보내야 하는데 가능 차량이 부족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 삼다수의 경우 화물 연대 소속 조합원들이 제주항을 봉쇄하면서 내륙으로 전달되는 루트가 막혀버렸다. 편의점 CU는 최근 점주들에게 제주항 봉쇄로 삼다수 배송이 중단돼 대체 상품을 안내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안내문에 따르면 제주삼다수 2ℓ와 500㎖ 두 종류의 재고 물량이 소진될 경우 ‘백산수’와 ‘아이시스8.0’으로 대체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생산·판매하는 제주삼다수는 대부분의 물량이 제주항을 통해 내륙으로 해상 운송된다. 서귀포항과 삼천포항 등을 통해서도 운송이 가능하지만, 제주항의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지난 8일부터 화물 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제주항을 봉쇄하며 파업 동참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시비가 붙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은 대체 상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다수 판매량이 급증하는 여름 시기인 만큼 ‘생수 대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편의점은 제주항 봉쇄가 장기화 될 경우 삼다수 공급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생수 판매량 중 비중이 가장 높은 삼다수 수급에 차질이 생겨 대체 상품을 대량으로 주문하는 상황”이라며 “소주와는 달리 자체 물류차량을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주개발공사 측은 “제주항이 이틀 간 봉쇄가 돼 운송이 어렵다”며 “장기화될 경우 공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