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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런치 5만 5000원 vs 9900원…당신의 선택은? [지구용]

[고독한 비건] 풀무원·농심이 오픈한 비건 레스토랑 가보니





오랫동안 자취를 한 에디터는 ‘대기업의 맛’이라면 믿고 먹는 편입니다. 얼마 전 유퀴즈에도 나왔듯이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긴 시간 공들여 만든 맛있는 맛이니까요. 그런 대기업이 이번엔 비건족을 공략한다고 나섰어요. 그것도 레스토랑까지 열면서요(완전 본격적 ㄷㄷ). 주인공은 풀무원과 농심인데요. 스타일은 완전 달라요. 풀무원은 캐주얼 레스토랑, 농심은 파인 다이닝.

스토리가 있는 비건 코스…미쉐린 스타 셰프의 손 맛


전채 요리 ‘작은숲’전채 요리 ‘작은숲’


농심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포리스트 키친’은 뉴욕 미쉐린 1, 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김태형 총괄셰프가 이끄는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농심이 만든 대체육은 물론 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공수해온 제철 식재료로 메뉴를 구성했어요. 점심은 7가지, 저녁은 10가지 코스.

점심 코스로 처음 나온 메뉴는 전채 요리 ‘작은숲’. 셰프님 피셜 가장 공을 들인 메뉴로 화려한 비주얼에 카메라를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사진엔 안 나왔지만 드라이아이스도 뿜뿜). 대리석으로 만든 트레이에 제철 채소를 이용한 한입거리 음식과 콩 커스터드, 콩고기 꼬치, 샤베트 등이 올라가 있는데 에디터는 한입거리 음식에 반했습니다. 트러플을 올린 찹쌀도너츠는 쫀득한 식감에 트러플 향이 풍미를 더하고, 고수 꽃(고수보다 향이 우아하고 은근)을 올린 초당옥수수는 아삭하고 달콤.

왼쪽부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코코넛’ 파스타, ‘콩고기 스테이크’왼쪽부터 ‘화이트 아스파라거스’, ‘코코넛’ 파스타, ‘콩고기 스테이크’


두 번째 메뉴인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수비드한 아스파라거스에 마카다미아로 만든 크림을 얹고, 트러플 슬라이스를 올린 샐러드입니다.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는 해발 400m에서 자라 금보다 귀해 ‘화이트 다이아몬드’라는 별칭이 있다고 하네요. 세 번째 메뉴는 ‘코코넛’이라는 이름의 파스타. 셰프님들이 손에 끼워 만든 반지 모양의 파스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동그란 파스타 면 안쪽에는 대체육 고기가 만두 소처럼 들어가 있어 식감도 풍성. 묵직한 코코넛 향 덕분에 크림 파스타인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았습니다.

네 번째 메뉴는 ‘뿌리채소’. 직접 밭에 심은 그날의 채소를 엄선해서 만든다고 해요. 다섯 번째는 ‘콩고기 스테이크’로 흑마늘과 발사믹을 활용한 소스와 함께 나왔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스테이크 고기의 육즙과 식감을 기대할 순 없었고, 고기를 뭉쳐 만들어서 그런지 미트볼과 식감이 비슷했어요. 대신 소스에 훈연향을 입혀서 스테이크의 느낌을 살렸다고. 여섯 번째 메뉴는 ‘세모가사리’. 누룽지와 해초에 따뜻한 해수를 따라주는 국물요리인데요, 식사의 마무리로 최고였어요.

마지막은 다년초 채소인 ‘루바브’를 활용한 디저트. 큐브로 자른 루바브 위에 라즈베리 소스를 얹어서 나왔는데 비주얼에 한 번, 맛에 두 번 죽었다고...

‘루바브’를 활용한 디저트‘루바브’를 활용한 디저트


포리스트 키친은 다양한 비건 메뉴로 구성된 고급스러운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좋았어요. 메뉴를 개발하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는데, 앞으로도 신메뉴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해요. 특히 콩고기 스테이크의 경우 논비건 고객들은 호평했지만, 오히려 비건 고객은 고기를 흉내냈다는 점에서 반응이 별로였다고. 셰프님은 비건과 논비건 모두 아우를 수 있도록 대체육을 활용하되 아예 새로운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또 이곳은 이른바 ‘인스타 감성’에 딱인 장소인데요. 화려한 플레이팅은 물론 테이블에 놓인 디스크립션 카드를 통해 재료마다 얽힌 셰프님의 개인적인(?) 스토리도 들을 수 있거든요.

두부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더니...콩 전문가는 달라


‘두부 카츠 채소 덮밥’(왼쪽)과 ‘플랜트 소이 불고기덮밥’(오른쪽)‘두부 카츠 채소 덮밥’(왼쪽)과 ‘플랜트 소이 불고기덮밥’(오른쪽)


풀무원이 강남구 코엑스몰에 오픈한 ‘플랜튜드’는 퓨전 메뉴를 중심으로 한 캐주얼 레스토랑입니다. 비건표준인증원으로부터 비건 레스토랑 인증까지 받았다고(국내 최초). 메뉴는 무려 13개나 있어요.

점심에 찾은 에디터의 첫 번째 픽은 ‘플랜트 소이 불고기덮밥’. 식물성 대체육인 직화불고기를 간장 베이스로 볶아 다양한 식감의 채소와 곁들여 먹는 덮밥인데요. 고기의 식감은 일반 불고기보다 물렁했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단짠’의 소스로 콩고기 향 등의 단점을 극복했어요. 두 번째 메뉴인 ‘두부 카츠 채소 덮밥’은 일단 처음 보는 두부카츠에 시선이 갔습니다. 풀무원하면 또 두부잖아요? 두툼하고 고소한 두부가 가득한 튀김은 순간 돈가스로 착각할 뻔했어요. 물렁하고 부서질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돈가스 고기처럼 단단한 식감에 고소함까지. 풀무원 특제 데미소스도 감칠맛을 더했고요. 마지막 메뉴인 ‘트리플 감태 화이트 떡볶이’는 화이트 소스 떡볶이로 칼칼한 꽈리고추가 느끼함을 잡아줬어요.

‘트리플 감태 화이트 떡볶이’‘트리플 감태 화이트 떡볶이’


플랜튜드는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대로 비건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메뉴 가격은 9900원부터 1만 5550원. 코엑스몰 내 점심 값을 생각하면 정말 합리적인 수준이고, 여타 비건 식당들과 비교해도 거품이 없어요. 또 들어가는 재료는 식물성이지만 덮밥, 떡볶이, 파스타 등 익숙한 메뉴로 구성한 점이 좋았어요. 아직 채식을 일상으로 즐기기 보단 신념이나 호기심으로 즐기는 사람이 많은 만큼 탁월한 전략으로 보였습니다.

대기업의 참전으로 비건 시장 커질까


대기업이 비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그만큼 비건족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 명에서 2018년 150만 명으로 10배 수준으로 늘었고, 지난해 말 25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돼요. 하지만 비건이 이용할 수 있는 식당은 전국에서 350~400개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사실 대기업이 비건 식당을 여는 것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합니다. 다소 비싼 비건 음식의 가격이 내려가고 프랜차이즈 전환 등으로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대기업 특유의 일률적인 맛과 독과점 우려는 걱정되는 부분이죠. 용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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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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