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차 에어백서 변기까지…푸틴 야욕에 러서 모든 것 사라졌다

WSJ "서방 제재 여파로 소비자 고통"

서방 수입품 의존도 높아…수입대체 정책 효과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각종 물품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러시아 곳곳에서 제재 여파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부품을 공급받지 못해 에어백이 없는 자동차를 판매하는가 하면 상점에서는 세면대나 변기, 싱크대 등 생활용품까지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영화관에서는 새로운 영화가 들어오지 못해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나 소련 시대의 영화를 재상영하고 있다.



WSJ은 러시아 정부가 원유·천연가스를 판매해 마련한 현금으로 경제 충격을 완화하려 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제재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수십 년간 서방 수입품에 크게 의존하던 러시아 경제가 제재를 받으면서 소비자들이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입이 차지한 비중은 20%에 달한다. 중국의 16%보다 높은 수준이다. 2020년 러시아 소매 시장에서 비(非)식품 소비재 매출의 75%를 수입품이 차지했고, 통신장비 부문에서 수입품 비중은 86%에 달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의 힘키 지구에 있는 맥도날드 점포의 로고 사이니지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철거됐다. 로이터=연합뉴스러시아 모스크바의 힘키 지구에 있는 맥도날드 점포의 로고 사이니지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철거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서방의 제재가 이어지자 일부 자동차 부품은 가격이 7배나 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4월 러시아 내 산업생산이 부품 부족 등으로 인해 지난해 동기보다 61%나 감소하자 규정을 완화해 에어백이나 ABS 등이 없어도 자동차를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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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업계에서는 월트디즈니, 소니그룹,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등이 러시아에서 신작 개봉을 중단하면서 9년 전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를 재상영하는 영화관이 등장했다. 우랄과 서부 시베리아지역의 영화 체인업체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관객이 70∼80% 감소한 상태라고 밝혔다.

공항에서는 사용기한이 끝나가는 승객·짐 검사장비를 교체하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다. 러시아 공항협회는 수입에 의존하던 검사장비를 국내 생산하려면 최소 5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현재는 노후 장비를 계속 쓰거나 직원들이 승객과 짐을 일일이 수동으로 수색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아에로플로트 산하 저비용항공사인 포베다 항공은 보잉과 에어버스가 러시아 내 서비스 제공을 중단해 대체 부품 공급선을 찾을 때까지 재고 부품으로 버텨야 한다면서 보잉 737-800 기종의 운항 편수를 41편에서 25편으로 줄였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자급자족식 경제 구축을 목표로 수입대체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지만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2014년 크림반도 점령 이후 가해진 서방의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외국 수입 상품을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수입대체 전략을 시도해왔다. 또 '러시아 요새화'(Fortress Russia)로 불린 수입대체 정책에 2015∼2020년 세출예산의 1.4%에 해당하는 2조9000억루블(약 56조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수입품 의존도는 오히려 심화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비우호국'의 특허·상표권 도용을 사실상 합법화해 전자부품부터 종이, 섬유, 기관차, 원자로에 이르는 제품을 생산업체의 의사와 관계없이 수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수요를 충족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는 '짝퉁' 상품이 성행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진열대에는 코카콜라와 환타, 스프라이트가 없다. 이들 제품을 모방한 '쿨콜라'(CoolCola)와 '판시'(Fancy), '스트리트' 같은 짝퉁 상품이 대신 자리잡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컨설팅 업체인 인포라인의 이반 페디아코프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 정부가 제재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킬 역량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후퇴와 소비지출 감소, 전반적인 경제지표의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주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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