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임금피크제 판결,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연령 차별에 무효 판단 내렸지만

일부 정년보장형 사업장만 해당돼

이미 정년 정해진 기업은 예외적

勞 소송 걸어도 이길 가능성 낮아





지난달 대법원이 내린 임금피크제 판결로 인한 업계의 충격이 크다. 이 판결에서 대법원은 피고 ○○연구원이 채택하고 있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 판결로 정년이 가까운 근로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처지에서 과연 회사로부터 합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가를 자문할 것이며 여차하면 법원에서 다퉈보기를 원할 것이다. 기업들로서는 통상임금 판결,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은 또 하나의 생각지 못한 법률 리스크가 발생했다.



다만 이 판결의 영향력은 다음 세 가지 점에서 매우 제한적이라고 본다. 첫째, 고령자고용법 제4조의 5는 연령 차별로 보지 아니하는 예외적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동조 제3호에는 “이 법이나 다른 법률에 따라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정년을 설정하는 경우”를 적시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문에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이미 정년을 설정한 기업의 경우는 위 규정에 따라 연령 차별로 보지 아니하고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이 인정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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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임금피크제는 정년 보장형(정년 유지형), 정년 연장형, 고용 연장형 등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이 중 정년 보장형은 제도 도입 당시 취업규칙 등에 이미 정년이 60세 이상으로 돼 있는 사업체가 채택했다. 즉 현 정년을 보장(유지)하면서 정년 도래 3~5년 전부터 임금을 감액 조정하도록 한 것이다. 정년 연장형은 정년 연장을 전제로 연장 기간에 임금을 하향 조정하는 제도다. 이 유형의 임금피크제가 가장 많이 도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도 정년 연장형을 채택했다. 고용 연장형은 일단 정년퇴직 후 계약직 등의 형식으로 재고용하면서 임금을 조정하는 제도다. 이번 판결은 이 중 정년 보장형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다른 두 가지 유형의 임금피크제는 이 판결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셋째,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임금피크제의 타당성 여부를 심사할 새로운 심사 기준을 제시했다. 그중에는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이라는 것이 있다. 월급을 깎은 만큼 노동시간을 줄여주는 등의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생산직처럼 시간 소모량을 측정할 수 있는 경우는 임금피크제 적용 근로자에 대해 작업 시간 등을 경감해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직이나 사무직의 경우 나이에 따른 연구 활동이나 사무에 차별을 둔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직종에 따라 이 기준은 무의미한 것이 될 수 있다.

한국노총은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소송 지원 약속 등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노동계는 판결 이후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임금은 왜 깎느냐”는 단순한 주장을 널리 퍼뜨려 임금피크제에 대한 강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폐기를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판결의 영향은 이처럼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소송을 한다고 해서 승소할 가능성 역시 크지 않다고 본다. 대법원의 판결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 불필요한 소송을 부추기는 선동에 휩쓸리면 안 된다.

한국의 임금체계는 대부분 호봉급 중심으로 강력한 임금 하방 경직성이 특징이다. 따라서 고령 근로자에 대한 조기 퇴직 압력이 크다. 조기 퇴직 압력을 완화하고 청년에 대한 고용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임금피크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임금체계도 선진화돼야 한다. 임금피크제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정착된다면 자연스레 용도 폐기될 제도다. 이번 판결은 과도기적인 현상에 대한 일시적 처방으로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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