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권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변호사와 변리사 간 갈등이 이인실(사진) 신임 특허청장 취임 이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이 청장이 특허침해 소송 공동대리 제도 도입하겠다고 선언하자 변호사 업계는 공직자로서 이해충돌방지법에 반하는 직무행위라며 고발하겠다고 맞서 변호사와 변리사 간 해묵은 소송대리권 분쟁에 불을 지피는 모습이다.
13일 변호사 업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은 최근 법적 검토를 통해 이 청장의 발언이 공직자 이행충돌방지법 제2조 6항을 위반할 소지가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로 채용·임용되기 전 2년 이내에 공직자 자신이 재직하였던 법인 또는 단체에게 법적 혜택을 부여하는 직무행위라는 지적이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리사 출신인 신임 특허청장이 변리사에게 유리한 법적 혜택을 주겠다는 직무행위는 이해상충 관계가 매우 높다”며 “만약 공동대리권 도입을 밀어붙인다면 국가권익위원회가 제시한 공직자가 준수해야 할 10가지 기준 가운데 제한 및 금지 행위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 청장이 취임식에 밝힌 것처럼 공동대리권 도입을 강행한다면 고발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는 게 대한변협 내부 대다수의 의견인 것으로 전해져 자칫 강대강으로 치닫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 청장은 지난달 31일 취임식에서 “특허분쟁은 비용 부담이 매우 커 중소·벤처기업에는 기업의 존망을 좌우하는 일”이라며 “변리사의 특허침해소송 공동대리 제도를 통해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호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 청장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거쳐 1996년부터 최근까지 청운국제특허법인 대표변리사로 일해 왔다.
대한변회의 입장은 강경하다. 변리사에게 특허·상표· 관련 민사소송 영역에서 소송대리권을 허용하는 변리사법 개정안의 폐지해야 한다는 것. 최근 성명서를 통해 “비전문가에게 이같이 포괄적인 소송대리권을 부여하는 것은 민사사법 체계에 반해 실무적으로 많은 혼란을 초래한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나섰다. 법원행정처도 ’신중한 검토 필요’라는 의견서를 내놓고 대한변협에 힘을 실어줬다.
변리사회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국민의 기본권이 중요하지 변호사들의 권리가 중요하지 않다”며 “결국 선택은 법률 소비자의 몫”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벤처기업협회 등도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잇따라 발표하며 맞섰다. 과총은 “피땀 흘려 일군 소중한 산업재산권 보호에 기술전문가인 변리사 조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청장의 취임 일성 논란과 관련해 특허청 관계자는 “35여 년이 넘게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가로서 느껴온 지식재산과 관련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호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힌 것으로 안다”며 “우선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 나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지난달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 있다. 2006년 17대 국회부터 관련 법안이 추진됐으나 번번이 무산됐지만 법사위에 상정된 것은 처음이다. 현행법상 변리사는 특허·디자인·상표 등과 관련한 문제에 국한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서는 특허·디자인·상표 등과 관련한 분쟁에 대한 민사소송 대리 업무로 확대해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