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홍콩은 영국 식민지 아니었다'…중국 관점만 담긴 홍콩 새 교과서

시사교양 교과서 통해 중국의 사상통제 강화될 듯

2019년 시위 비판, 국가보안법 제정의 근거 강조

EPA연합EPA연합




홍콩의 고등학교 신규 교과서에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이 그대로 담겼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사상 통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달 11일 공개된 '공민사회발전' 교과서 4종에 "중국 정부는 홍콩을 영국에 양도하는 불평등 조약을 인정하거나 홍콩에 대한 주권을 포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가 아니었다"고 명시됐다. 시사교양 과목에 해당하는 이들 교과서에는 모두 유엔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 1972년 식민지 목록에서 홍콩을 제외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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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저명한 역사 교사인 찬치와는 “지난해 교육 관계자들이 홍콩은 식민지가 아니라는 개념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분명히 말했다”며 “개정된 교과서는 중국의 관점 만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9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의 홍콩 교과서에 홍콩을 '영국 식민지'로 언급했지만 이 표현은 점차 '영국이 1997년 이전까지 홍콩에 대해 식민지 지배를 했다'고 바뀌었다"고 부연했다.

교과서들은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도 중국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당시 소요 사태가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됐고 시위 배후에 외부 세력이 있다는 중국 정부의 설명을 채택했으며, 그로 인해 이듬해 중국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 교과서는 '국가 안보'를 400여 차례 언급하면서 국가보안법이 심각한 폭력적 활동에 대응해 긴급히 제정됐으며, “중앙 당국은 외세가 이러한 활동에 관여했고고 홍콩 정부가 스스로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믿었다"고 표현했다.

SCMP는 홍콩 교육부가 이들 교과서의 검정 작업을 진행 중이며 관련 내용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한편 홍콩 교육부는 공민사회발전이라는 과목 이름도 손을 보기로 했다. 2009년부터 고등학교 필수 과목이 된 이 과목은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방식을 키우기 위해 사회적 이슈를 가르치는데, 중국에는 히당 과목이 없다. 친중 진영은 이 과목이 학생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고 2019년 시위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영향을 미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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