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국가안보의 자산이자 경제의 근간”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기조에 맞춰 여당이 반도체 육성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주 반도체산업지원특별위원회를 띄운 국민의힘은 14일 이례적으로 반도체 특강과 입법 세미나 동시에 개최하면서 대대적인 입법 지원을 예고했다.
이종호 과학시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국민의힘 전체 의원들을 상대로 ‘반도체 이해 및 전략적 가치’ 제목의 특별강연을 열었다.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을 지낸 이 장관은 세계 최초로 3차원(3D) 반도체 기술인 ‘벌크 핀펫’을 개발한 세계적 반도체 공학의 권위자다. 지난 7일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특강을 연 이 장관은 일주일 만에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다시 강단에 섰다.
이 장관은 이날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반도체 설계·공정 과정 등 반도체 산업의 개괄을 설명하고 반도체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당초 총 50분(강연 30분, 질의 20분)으로 강연을 준비했지만 실제는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 장관은 “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분야에서 기술 열위 상태에 있다”며 “반도체 분야 인력 숫자 증가도 필요하지만 질적으로 탁월한 인재 양성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질의 시간에는 여당 의원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 확대, 균형 발전을 고려한 지역 맞춤형 반도체 인재 양성 등에 대한 정책 제언이 나왔고 이 장관은 “잘 알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으로부터 반도체 산업 현안, 외국과의 경쟁력 비교 등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성이 없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강의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에 앞서 국민의힘은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토론회도 열었다.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이 한해 650명 수준으로 10년 뒤 부족 인력은 3만 명에 달한 전망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축사에서 “과거 메모리 반도체가 먹여 살리던 시절을 넘어서 어떻게 또 먹거리를 찾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공부하고 지원할 때 박정희 시대 성장 이상의 훌륭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론회의 발제자로 나선 김성재 서울대 교수는 반도체 학과의 증원 뿐 아니라 군복무와 연계한 인력 양성제도, 정부-산업체-대학의 유기적인 교육 생태계 구축과 협업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전문 인력 배출을 위한 인프라가 절대 부족하고 유학 후 귀국하는 인력 공급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국내에서 최고 기술을 교육 받은 학사·박사급 인력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주 설치를 약속한 당내 반도체특위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특위 역시 절대적인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핵심 의제로 삼고 설비투자 지원, 덩어리 규제 해소 방안 마련에 몰두하겠다는 방침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은 이날 의총에서 “정·관·산업계가 함께 하는 모델로 반도체 특위를 준비하고 있다”며 △반도체 인력 △R&D(연구개발) △인프라 △세제 지원을 중점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대안이 될 입법책 마련에도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전일 배준영 의원이 반도체 시설투자의 세액 공제율을 3배 이상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당 차원에서도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 보완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 반도체 공장의 용수·전기 공급,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8월 반도체 특별법 시행 전 발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