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것만 적어 장 보러 가도 10만 원이 넘는 건 금방이더라고요. ‘먹고’ 사는 게 힘들다는 말 그대로예요.”
서울 양천구에 사는 40대 주부 남 모 씨는 요즘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가 부담스럽다. 남 씨 부부와 아이 셋 등 총 5인의 식료품 월 지출액이 지난해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탓이다. 주식인 고기나 생선·채소 등은 물론이고 아이들이 즐겨 먹는 빵이나 과자, 주말에 가끔 배달시켜 먹던 치킨 같은 간식 비용도 크게 뛰었다. 남 씨는 “외식은 최대한 자제하는데도 ‘집밥’으로만 나가는 돈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원자재 가격 상승, 이상기후 등이 뒤엉키며 생활물가가 쇼크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여기에 기름 값 급등으로 늘어난 물류 운송비까지 물건 값에 전이되면서 서민들의 밥상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1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요 가공식품 73개 품목 중 69개의 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는 국수(33.2%),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이 크게 올랐다. 농축수산물도 사료비 상승으로 축산물 값이 12.1% 뛴 것을 비롯해 수입 쇠고기(27.9%), 돼지고기(20.7%), 닭고기(16.1%)의 가격 부담도 커졌다.
집 밖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7.4%나 올랐는데 이는 1998년 3월(7.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직장인들의 점심 메뉴인 갈비탕(12.2%)과 짜장면(10.4%), 김밥(9.7%), 라면(9.3%), 떡볶이(8.6%), 돈가스(8.1%)를 비롯해 치킨(10.9%), 생선회(10.7%), 쇠고기(9.1%), 피자(9.1%) 등 총 39개 조사 품목 중 31개 품목의 가격 변화가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분(5.4%)을 웃돌았다. 오피스 지역 인근에서 퇴근길 직장인들이 하루 시름을 달래며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걸치던 모습도 더는 ‘소소한 서민 풍경’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에 따르면 5월 서울의 삼겹살 외식 비용은 1인분(200g) 기준 1만 7595원으로 1년 전(1만 6581원)보다 6% 넘게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