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와 기업 모두 3년 전보다 현금 사용이 줄었지만 현금 보유량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쓸 때는 카드나 계좌이체를 주로 이용하면서도 코로나19와 같은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안전자산인 현금을 모아두는 것이다.
15일 한국은행이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2021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가구당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51만 원으로 2018년(64만 원) 대비 13만 원 감소했다. 전체 지출액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로 신용·체크카드(58.3%) 절반 수준으로 크게 하락했다.
기업도 원재료 구입 등을 위한 현금지출 규모가 감소했다. 기업의 월평균 현금지출액은 912만 원으로 2018년(2906만 원) 대비 큰 폭 줄었다. 현금지출 비중은 1.2%에 불과한 반면 계좌이체는 86.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구주의 97.0%는 지갑이나 주머니 등에 거래용 현금을 소지하고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현금 보유액은 8만 2000원으로 2018년(7만 80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현금보유액별로 살펴보면 거래용 현금으로 5만 원 이상을 보유한 응답자 비중이 60.3%로 2018년(49.3%)보다 11.0%포인트 상승했다.
예비용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가구의 평균 현금보유액은 35만 4000원으로 감소세를 보였으나 보유 가구 비중은 2018년(23.3%) 대비 8.1%포인트 올랐다. 예비용 현금은 소지 중인 돈 이외에 비상시 등에 대비해 집이나 사무실 등에 보관하고 있는 현금을 말한다. 현금보유액별로 살펴보면 30만 원 미만의 예비용 현금을 보유한 가구 비중이 17.7%로 9.1%포인트 올랐다.
기업 역시 평균 현금보유액이 470만 원으로 2018년(222만 원) 대비 대폭 증가했다. 운영자금용 현금보유액이 360만 원으로 2018년(153만 원) 대비 207만 원 증가했고 예비용 현금도 110만 원으로 41만 원 늘었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과 운수업 등은 평균 현금 보유액이 줄었지만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이나 도소매업, 제조업 등은 크게 증가했다.
은행권은 5만원권과 만원권 위주로 보유·사용 중이며 주화는 퇴장이 심화되고 있다. 가계가 보유한 은행권은 5만원권과 만원권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재화 및 서비스 구입, 사적 이전 지출, 종교기부금·친목회의에 만원권을 쓰지만 경조금은 5만원을 주로 사용한다.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주화 중 일상거래에 사용되지 않고 방치된 주화 비중은 79.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치된 주화 금액은 9564원으로 일상거래를 위한 주화(2877원)의 3.3배 수준이다. 방치주화 비중을 화종별로 보면 액면이 낮아질수록 높아진다. 50원화는 89.6%, 10원화는 89.7%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방치된 10원화 장수가 48.5장으로 전체 방치주화 장수의 절반을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