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코로나 팬데믹과 대학의 미래

권성우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은 대학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수준 높은 온라인 강의가 많아졌는데 지식의 전수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세상에서 제일 잘 가르치는 1타 교수(?)만 있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과연 시대 변화 속에 대학의 기능은 무엇일까.

한국 대학교들이 세계의 유수한 대학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미래가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 많은 대학들이 재정 위기에 빠져 있다. 필자가 속한 대학에서도 교수들의 월급이 동결된 지 15년이 넘었다. 선거에서 ‘반값 등록금’이라는 용어가 나온 후로 사립대의 등록금이 비싸다는 인식이 생긴 결과다.



언론은 한국의 대학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대학들은 대학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교수들의 업적 평가를 강화해 해외의 유수 저널에 논문을 게재해야 교수를 승진시키고 있다. 따라서 교수들은 월급은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더 많은 업적을 요구받고 있다. 게다가 교수들은 학생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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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이해 관계자 간 기대도 상충하고 있다. 대학교는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고자 하는 열망이 있다. 반대로 정부는 대학의 서열화를 없앰으로써 과도한 교육열을 줄이고자 노력해 왔다. 그래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쉬운 문제들만 출제돼 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은 매우 낮다. 상위권 학생들은 그날의 컨디션과 운에 의해 차이가 날 가능성이 많아졌다.

반면에 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더 평판이 높은 대학에 진학하고 싶어한다. 나보다 공부 못한 학생이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보고 학부모의 정보력을 탓하거나 재수를 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정부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전 과도기 현상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학생의 욕구에 반대되는 정책을 강요하는 것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다.

지식 창조와 전수 외에도 대학의 중요한 기능은 학생들에게 학위를 준다는 것과 학생들 간의 네트워킹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2020학번부터는 네트워킹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필자의 강의도 변화하고 있다. 그 전에는 수업 시간에 창의성을 강조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암기식 시험문제를 출제해 학점을 줬다. 교수로서 언행 불일치의 자괴감을 느꼈었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탐구 논문을 작성하게 해 평가하고 있다. 학생 본인이 질문을 만들어 내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학생들이 문제해결 능력을 길렀으면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대학의 변화는 이제 대학뿐 아니라 국가의 주요 어젠다가 됐다. 정원 문제를 포함해 여러 가지 이슈가 대학 정책의 주요 현안으로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대학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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