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초·재선 의원들이 이재명 의원의 당권 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민주당 내 최대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역시 대선·지방선거 연패와 관련해 이재명 책임론을 띄우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요구했다. 당내 주요 공식 모임에서 이 의원에 대해 공개 비판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대선 패배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실패한 정부”라는 독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와 재선 의원들은 15일 대선·지방선거 평가 토론회를 각각 개최했다. 당내 최대 의원이 소속된 더미래도 같은 날 토론회를 열었다. 세 토론회의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했다.
재선인 신동근 의원은 대선 캠페인에 대해 “대머리 탈모약밖에 생각이 안 난다”며 일침을 가했다. 특히 당내 일부 세력들이 대선 패배 후 내세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주장에 대해서도 “반성도 자성도 없는 이상한 세력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또 “문재인 정부는 어쨌든 정권을 빼앗겼으니 실패한 정부라고 인정해야 한다”며 “조국 사태, 연이은 성 비위, 청와대 참모들 부동산 논란 등도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더미래 토론회에서도 유사한 주장이 이어졌다. 토론회의 발제를 맡은 김기식 더미래 연구소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가 넘는 상태에서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것은 후보의 요인을 배제하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민주당 후보가 가진 이미지적 요소, 대장동 의혹과 법인카드 논란 등이 지지율 상승을 누르는 결정적 요인이었다. 무엇보다 이슈를 대하는 후보의 태도가 중산층과 국민의 공감대를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지방선거 패배와 관련해서도 “대선 패배 책임론 속에도 강행된 이재명·송영길 출마가 전체 선거 구도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회창 전 총재는 1997년 대선 패배 이후 8개월 만에 전당대회에 나와 총재가 되고 4년 동안 제왕적 총재로 군림하다가 결국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해 정계 은퇴를 했다”며 “과연 우리 당이 이회창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있나. 우리도 이회창과 한나라당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다양한 리더십이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이 의원의 전당대회 출마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계파 간 갈등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친문(친문재인)과 이 의원의 동반 불출마론이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응천 의원은 이광재 전 의원이 주장한 ‘이재명·전해철·홍영표 당 대표 불가론’을 언급하며 “대선과 지방선거에 책임 있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올 차례가 아니다”라며 “반성과 성찰에 기반한 쇄신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인데, 직접적 책임이 있는 분들이 당 대표가 되면 그 작업이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도 동반 불출마에 힘을 실었다. 고영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은 “연이은 패배에 책임 있는 부분과 계파 갈등을 유발하는 이런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이자 지방선거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 의원이 당권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주요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친문 진영의 전해철·홍영표 의원에 대해서도 2선 후퇴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이재명 출마론에 여전히 무게를 두고 있지만 전당대회 출마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확산할 경우 이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당내 공식 모임을 통해 이재명 전당대회 출마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면서 이 의원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면서 “당내의 이러한 요구를 마냥 외면하고 자기주장만 펼치지는 않으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