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에도 크게 올랐습니다. 1994년 이후 28년 만의 큰 폭의 금리인상에도 나스닥이 2.5% 뛴 데 이어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각각 1.0%, 1.46% 상승했는데요.
이날 시장의 관심은 온통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 쏠렸습니다. 6월 FOMC에서 알아야 할 것들과 향후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약간 더 프런트 엔드 로딩하고 싶다고 결론”…“말 잘하는 파월, 적당히 매파적이면서도 비둘기파적 모습”
6월 FOMC에서 알아야 할 것들은 아래 8가지입니다.
① “6월 FOMC서 기준금리 0.75%p 인상. 7월에는 0.5~0.75%p 가능성 높아”
② “0.75%p 인상 흔치 않아. 초반에 금리 더 많이 올리고 싶다는 데 결론”
③ “점도표 따른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3.4%. 이는 약간 긴축적. 내년 금리 3.5~4.0% 수준될 것”
④ “금리상승해 실질 금리 플러스되면 인플레이션 내려오기 시작할 것”
⑤ “경기침체 일으키려고 하는 것 아냐. 갈수록 더 도전적이고 쉽지 않지만 연착륙 길 있다고 생각”
⑥ “미시간대 조사서 인플레 기대 상승한 것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CPI 수치도 중요. 인플레 억제는 헤드라인 수치 의미”
⑦ “소비 행태 일부 달라지고 내려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강해. 둔화한다는 신호 없어(no sign). 건강한 수준”
⑧ 전망치, GDP: △2022 1.7% △2023 1.7% △2024 1.9%, PCE: △2022 5.2% △2023 2.6% △2024 2.2% 실업률: △2022 3.7% △2023 3.9% △2024 4.1%
이날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 시작 전 모두발언에서 “대단히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습니다. 예상대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얘기였는데요. 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불러오는 어려움을 이해한다. 우리는 이를 낮추기 위해 강력하게 노력하고 있으며 그러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지금 노동시장은 극도로 타이트하고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다”고 했는데요. “우리는 반드시 가격안정성을 회복해야 한다(have to restore price stability)”할 정도인데요.
그는 연준이 6월과 7월에 0.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그 이후에 들어온 경제지표들이 인플레이션이 더 올라간다는 것을 보여줬고 연준은 인플레가 더 올라가면 재빠르게 움직이겠다고 했던 바, 이번에 0.75%포인트를 인상했다고 방침을 바꾼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가 이번에 0.75%포인트를 올리게 됐다는 건데요.
중요한 것은 파월이 전반적으로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려고 노력하면서도 비둘기파적인 말을 곳곳에 집어 넣음으로써 시장을 달래려고 했다는 점입니다. 우선 매파적 모습부터 보죠. 이날 나온 성명에는 총 368개의 단어가 등장하는데 우크라이나와 공급망, 코로나19는 한번씩 나오지만 인플레는 7번이나 나옵니다.
이날 파월은 전년 대비 8.6% 상승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시간대의 인플레이션 기대 조사 두 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요. 미시간대에 따르면 5년 뒤 기대 인플레가 3.3%로 2008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죠. 그는 “미시간대 조사의 인플레 기대 상승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타깃도 농산물과 에너지를 뺀 근원 인플레가 아니라 이들을 포함한 헤드라인 수치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근원 지표는 앞으로의 전망을 잘 하는데 도움이 돼 연준에 중요하지만 일반 사람들은 헤드라인이 중요하다”고 명확히 언급했습니다. 최근의 좋지 않은 지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함으로써 인플레를 많이 걱정한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데요.
파월 의장의 말처럼 올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는 3.4%로 3월 예상치 대비 1.5%포인트 올랐습니다. 그는 “내년 금리가 3.5~4.0% 수준이 될 것”이라고도 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훨씬 더 공격적인 금리인상 경로를 시사했다”고 봤습니다.
“0.75%p 인상이 흔한 것은 아냐”…“증시는 선반영해 상승”
하지만 파월은 균형을 잡으려고 많이 노력했는데요. 그는 “다음달에는 금리인상 폭이 0.5~0.75%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며 “0.75%포인트 인상이 흔한 것은 아니다. 초반에 금리를 더 많이 올리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지요.
1차적으로 이는 다음달에도 0.75%포인트를 인상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파월이 7월에 0.75%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고 했다”고 전해 0.5%포인트보다는 0.75%포인트에 무게를 뒀는데요.
하지만 0.5%포인트를 굳이 언급했다는 점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도 범위로 말이죠. 현재 속내는 0.75%포인트를 할 생각이 강하더라도 0.5%포인트를 거론할 때는 시장에 좀더 낙관적인 인상을 주고 싶다는 의도가 있어 보입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말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장에 필요한 적당한 수준의 매파적 모습에 프런트 엔드 로딩(front end loading) 을 직접 거론하면서 도비시한한 측면을 보여줬다. 균형을 잘 잡은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그는 이어 “이날 시장이 오른 것도 초반에 많이 한다는 것을 투자자들이 선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며 “파월은 내년 기준금리가 3.5~4.0% 수준이라는 점도 밝히면서 장기 국채금리도 그렇게 많이 올라갈 이유가 적어졌다. 오늘만 놓고 보면 주식과 채권시장을 모두 안정시킨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이날 같이 나온 연준의 경제전망을 보면 연준의 경기전망이 상대적으로 낙관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는데요.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가 3월(2.8%)보에서 크게 떨어진 1.7%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1%대 중후반 수준입니다. 내년에도 1.7%, 2024년에도 1.9%인데요. 실업률은 올해도 3.7%에 그치고 2024년이냐 돼야 4.1%가 됩니다. 하지만 “4.1%도 역사적으로 낮은 것이다. 이 정도만 되고 성공적”이라고 한 파월 의장이 말처럼 긴축에 따른 고용시장 피해가 많다고는 볼 수 없죠.
마지막으로 헤드라인 PCE 예상치도 올해는 5.2%지만 내년에는 2.6%로 전망됐습니다. 정책목표(평균 2%)보다는 높지만 2024년 2.2%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이대로만 된다면 높긴 하지만 완전히 못 받아들일 수준은 아닌데요. 연준의 사정을 잘 아는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파월이 인플레에 대한 말을 세게 해서 신뢰를 회복하려고 했지만 경제전망은 긍정적”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경기침체는 없다는 얘기”라고 분석했습니다.
추가로 이날 나온 경기전망 가운데 각종 리스크에 따른 불확실성을 반영한 연도별 GDP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 있는데 올해는 최악의 경우도 성장률이 0%를 웃돕니다. 마이너스는 예상 범위 밖이라는 것이죠. 내년에도 최악이 0% 수준이고 2024년에는 0% 아래로 살짝 내려옵니다.
하지만 이 그래픽에서 보여주는 예상 범위는 가운데 쪽과 그 주변 확률이 높고 멀어질수록 낮아지죠. 그럼에도 2024년은 혹시 모를까 올해와 내년은 침체는 없을 것이라는 게 연준의 예상인 겁니다. 이는 점도표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점도표상 연준의 기준금리는 2024년부터 다시 내려올 수 있는 걸로 나옵니다. 같은 말인 셈이죠.
“전문가들은 경기침체 우려 커”…파월도 빠져 나갈 구멍 만들었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연준의 예상이 지금까지 그래왔듯 정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연준의 예측이 정확했다면 상황이 이 정도까지 악화하지는 않았을텐데요. 주디 셸턴 전 연준 이사 지명자는 “앞으로 미국은 인플레이션과 함께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은 실질적인 충분한 공급확대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폭발 같은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그냥 경제를 벌주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스리 쿠마르 글로벌 전략의 대표인 스리 쿠마르 역시 “나는 소프트랜딩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현재 중립금리는 4% 수준이고 잠재적으로는 더 높을 수 있다. 경기를 긴축시키려면 4% 이상으로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분위기도 좋지 않습니다. 이날 나온 5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3% 깜짝 감소했습니다. 시장에서는 0.1% 증가로 점쳤는데 마이너스로 나온 것이죠.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기 때문에 소비 약세는 매우 안 좋은 신호인데요.
파월 의장은 소매 지표를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하면서도 “소프트랜딩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경기침체로 가려는 게 아니다. 이 점을 명확히 해두자”며 “(금리가 올라) 실질 금리가 플러스가 되면 나는 그때는 인플레이션이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는데요. 구인이 2배나 더 많은 노동시장이 긴축에 따라 실업률이 오르면서 균형을 찾고, 과잉수요만 제거하는 수준이 되면 경기는 둔화하지만 침체로는 가지 않으면서 연착륙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러나 파월 의장도 100% 확신에 찬 목소리로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는 “소프트랜딩은 우리의 목표이며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유가처럼 우리가 다룰 수 없는엄청난 도전이 있지만 여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했는데요.
여기에서 목표(objective)라는 말을 잘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통 기자들이 “특정 수치에 대해 이거 할 수 있나요?”라고 물을 때 본인도 솔직히 달성이 어렵다고 생각하면 겉으로는 이를 대놓고 시인할 수 없으니 ‘정책목표’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요. 연착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에는 ‘도전적’이라는 정도로 얘기했는데 지금은 ‘훨씬 더(much more) 도전적’이라고 합니다. 에너지 가격만 해도 조이스 장 JP모건 글로벌 리서치 총괄은 “8월까지 미국 휘발유 가격이 평균 6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할 정도인데요.
추가로 이날 파월 의장이 유가나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문제는 연준이 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을 몇번 강조했습니다. 이를 두고는 2가지 해석이 가능한데요. 첫째는 금리인상으로는 공급망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우리도 이를 잘 알고 있으니 무리한 금리인상은 안 할 것이라는 점이고, 둘째는 이런 공급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경기침체가 올 수도 있다(자신들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므로)는 식으로 퇴로를 열어놓는 겁니다. 파월도 연착륙 확률은 “우리가 컨트롤할 수 없는 요인에 훨씬 많이 달려있다”고 했죠.
증시는 이날 상승에도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지 미지수인데요. CNBC는 “월가 일부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에 초점을 맞춘 긍정적인 신호여서 환호했다”면서도 “연준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지속하면서 급격한 가격변동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략가들의 얘기”라고 전했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변동을 보면 분위기가 흉흉하다”며 “당분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신 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은 “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1만달러로 떨어져도 올라지 않을 것”이라고 했죠. 월가 사람들도 내일의 시장 움직임도 예상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참고하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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