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점심만 먹어도 지갑 '텅텅'…'런치 인플레이션' 생존기 [인생취재]

닷새간 외식비용 5만 원 Vs 밀프렙 2만4000원

준비 1시간이면 충분…여유로운 점심 가능

지난 11일 오후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식재료로 일요일(12일) 저녁에 준비한 5일치 점심 도시락의 모습. 윤진현 인턴기자지난 11일 오후 대형마트에서 구매한 식재료로 일요일(12일) 저녁에 준비한 5일치 점심 도시락의 모습. 윤진현 인턴기자




'인생취재'는'인'턴 기자들이 발로 뛰어 작성한 ‘생’생한 취재 기사입니다.



직장인 A씨는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을 체감하고 있다. 한 달 동안 점심 비용으로 30만 원을 넘는 금액을 썼기 때문이다.

물가상승의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대학교 내 식당마저 음식 가격을 3년 전 4000원에서 최근 70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올리면서 학생들의 지갑도 더 얇아지고 있다.

점심과 물가상승을 합친 합성어인 런치인플레이션의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7.4% 올랐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월(7%) 이후 24년2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39개 조사 항목 중 갈비탕(12.2%), 치킨(10.9%), 생선회(10.7%), 자장면(10.4%) 등의 증가율은 10%를 상회했다.

물가 고공 행진에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선 “편의점 도시락 비교", “‘밀프렙(meal-prep)’ 메뉴 추천” 등 점심 비용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식사(meal)와 준비(preparation)의 합성어인 밀프렙을 추천하는 글들이 많다. 비용 뿐 아니라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밀프렙으로 건강하고 저렴한 식사가 가능할까. 런치인플레이션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인턴기자가 닷새간(6월13~17일) 직접 점심 밀프렙에 도전해 봤다.

주 5일 점심 밀프렙을 도전하기 위해 구매한 재료들. 윤진현 인턴기자주 5일 점심 밀프렙을 도전하기 위해 구매한 재료들. 윤진현 인턴기자


예상대로 비용 절감 효과는 컸다.

근무지가 있는 서울시 종로구 일대 구내 식당의 음식 가격은 약 8000~9500원 대로 책정돼 있다. 5일간 출근해 점심을 구내식당에서만 해결한다고 가정하면 점심 식비로만 한 주에 4~5만 원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밀프렙의 경우 도시락 용기 가격(2000원)을 포함해 전체 준비 비용이 2만3820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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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프렙 단골 메뉴로 여겨지는 볶음밥과 야채 샐러드를 메뉴로 선택해 즉석밥 3개, 냉동 야채, 닭가슴살 소시지, 샐러드 야채, 계란 6구 등 넉넉한 재료를 구매했음에도 외식비용에 비해 절반 가까이 저렴했다.

준비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밀프렘 도전 전날인 지난 12일 오후 6시부터 볶음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계란을 삶고 야채를 씻어 샐러드 준비를 마쳤다. 도시락 용기에 소분까지 하고 나니 6시 50분. 한 시간 이내에 모든 준비를 마치는 데 성공했다. 조리시간에는 총 50여분이 소요됐다.

밀프렙 도전 시작 당일인 13일 오전 냉장보관해둔 도시락을 챙겨 사무실로 출근했다. 모두가 식사하러 떠난 점심시간, 도시락을 꺼냈는데 맛을 보곤 잠시 당황했다.

깜빡하고 음식에 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도시락을 비우자 든든한 한끼를 챙겨먹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점심 식사를 단 10분 만에 마친 뒤 해야 할 일을 여유롭게 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었다.

밀프렙 도전 첫날인 지난 13일 먹은 점심 도시락(왼쪽)과 간이 안된 도시락에 질려 케첩을 챙긴 4일차(16일) 도시락의 모습. 윤진현 인턴기자밀프렙 도전 첫날인 지난 13일 먹은 점심 도시락(왼쪽)과 간이 안된 도시락에 질려 케첩을 챙긴 4일차(16일) 도시락의 모습. 윤진현 인턴기자


위기는 3일차부터 찾아왔다. 밀프렙 후기를 보면 메뉴를 다양하게 구성해 질리지 않게 준비하라고 조언하는 글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를 몸소 체감했다.

간이 안 된 볶음밥과 샐러드를 쳐다보기 싫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4일차부턴 케첩을 챙겼다.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신선도였는데, 기우였다. 마지막 날인 5일차까지 야채가 싱싱했고 볶음밥도 상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상할 법도 한데?’라는 묘한 아쉬움마저 생겼다.

비용 절감은 물론이고 여유롭게 점심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밀프렙 체험을 지속하고 싶다는 욕심도 커졌다.

다만 다시 밀프렙에 도전한다면 음식을 남기지 않도록 메뉴 다양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윤진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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