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력 저하 문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됐다. 보수 성향 후보들은 진보 교육감들이 이념 교육에 치중한 탓에 학력 문제를 소홀히 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진보 성향 후보들도 맞춤형 교육으로 학력 격차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학력 저하의 원인과 해법은 다르지만 기초학력 회복이 최대 공약수이자 관심사가 된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정상적인 등교가 이뤄지지 못해 기초학력 부진이 심화한 만큼 이념·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교육의 기초부터 튼튼히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학력 부진은 지역·소득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탈(脫)이념과 기초학력 회복을 위한 공교육 정상화가 중요한 이유다.
◇기초학력 저하·학력 양극화 현상 뚜렷=교육부가 실시하는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 따르면 기초학력 저하와 학력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학업 성취도 평가가 전수조사에서 표집 평가로 전환된 2017년 이후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의 국어·수학·영어 교과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020·2021년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평가의 경우 중학교 수학에서 읍·면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대도시보다 높게 나타나 지역별 격차가 확인됐다.
고교 1학년인 만 15세를 대상으로 하는 PISA 평가를 보면 학력 양극화가 뚜렷하다. 한국 학생들은 읽기·수학·과학에서 전체 순위가 1~8위 수준으로 높은 편이지만 하위층 비율은 늘어나는 추세다. 읽기의 경우 2012년 하위층(1수준 이하)이 7.6%에서 2015년 20.0%로 늘었고 수학과 과학도 각각 9.1%와 6.7%에서 15.4%와 14.4%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초학력 저하와 학력 양극화 현상에 대한 원인 진단은 다양하다. 토론 등 학생 중심의 교수법이 강조되면서 지식 학습 과정이 약화하고 교육 과정 개정이 빈번하게 이뤄지면서 교사들이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관리할 여력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2014년부터 다수를 이룬 진보 교육감들이 민주시민·노동인권 교육 등에 치중하면서 학력 저하 문제에 상대적으로 둔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소득 상위층은 사교육을 통해 학력을 유지하거나 높일 수 있지만 공교육에 의존하는 저소득층과 농산어촌 및 읍·면 지역의 학생들은 학력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이라며 “아이들이 기초학력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념·진영 논리 벗어나 협력 강화·정책 경쟁해야=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이 다양한 만큼 해법도 다르다. 보수 진영은 학력 진단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제 고사를 부활하지 않더라도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점수도 공개해 개별 학생들의 학력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해야 맞춤형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진보 교육계는 전수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현 수준의 진단 도구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가려내 협력 수업 확대와 멘토링 강화 등으로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는 인공지능(AI) 기반의 학력 진단 시스템으로 맞춤형 진단·학습을 지원하고 학생 특성에 맞게 기초학력을 밀착 지원하는 등 학습 혁명과 교육 격차 해소를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자녀의 학력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아이 수준에 맞는 지원을 학교에서 해줄 수 있는지 여부”라면서 “1교실 2교사제나 AI 튜터링 강화 등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행정 업무 경감 등 교사가 양질의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 전국 17개 시·도 중 8개 지역에서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돼 좌우 균형을 이룬 만큼 이념·정치적 편향에서 벗어나 기초학력 보장 강화와 학습 격차 완화·해소를 위한 정책 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윤식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장은 “미래 인재를 문제 풀이로 키울 수 없는 만큼 학력에 대한 기본적인 성찰을 바탕으로 보수·진보가 미래 교육 정책을 함께 협의하고 또 경쟁을 통해 발전시켜야 한다”며 “국가·지역 교육 정책의 성공과 교육 개혁을 위해 정부와 시·도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학생·학부모, 현장 교사의 파트너십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