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 치료로 적용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 보험 업계에서는 백내장 수술 관련 과잉 진료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16일 A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받은 실손보험 가입자 B 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 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 불속행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앞서 2심 재판부는 해당 사건 피보험자의 입원 치료 여부에 대해 “실손보험 약관상 환자가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며 통원 치료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환자의 개별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백내장 수술을 일괄적으로 입원 치료로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백내장은 도수 치료와 함께 허위·과다 청구 사례가 많아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으로 꼽혔다. 생명·손해보험협회 집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에 대한 생·손보사의 실손보험금 지급액은 올해 1분기 4570억 원(잠정치)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월 한 달 동안 지급된 보험금만 2053억 원으로 전체 실손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4%에 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비중은 9.0% 수준이었다.
보험 업계는 이번 확정판결의 영향으로 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백내장 진단을 명확히 받고 수술을 하더라도 통원 치료 보장 한도를 넘어선 비용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액의 수술비 등이 나와도 실손보험으로 보장받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입원 치료에 해당할 경우 실손보험 보장 한도는 최대 5000만 원이지만 통원 치료의 경우 보장 한도가 20만~30만 원 수준에 불과하다.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도 더욱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보험사들이 입원 치료의 적정성까지 심사 기준에 포함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입원 치료 인정 여부를 두고 분쟁 가능성도 예상되는 만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꼭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백내장 환자도 있는데 이번 판결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입원 치료 적정성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지는 새로운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