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지난달에 추기경으로 임명된 벨기에 출신 '지한파' 성직자가 과거 교회 내 성 학대 사건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스스로 추기경직을 반납했다.
17일(현지시간) 교황청 관영 매체 바티칸 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루카스 반루이(한국명 윤선규 루카·80·사진) 대주교로부터 추기경 임명을 철회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뒤 고심 끝에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반루이 대주교는 지난달 29일 교황이 발표한 신임 추기경 21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추기경 서임식은 오는 8월 27일로 예정돼 있다.
전례 없는 추기경직 자진 반납은 반루이 대주교가 과거 소속 교구 사제의 성 학대 의혹에 부실 대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벨기에 주교회의는 관련 성명에서 "반루이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이 많은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나, 한편으로는 헨트 교구장(2004∼2020)으로 봉직할 당시 사제의 성 학대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반루이 대주교는 추기경 임명이 학대 피해자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고자 교황에게 임명 철회를 요청했고 교황이 이를 수용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