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장하성 주중대사, 유종의 미 보였으면 [김광수 특파원의 中心잡기]

차기 대사 취임 전에 귀국설 퍼져

관례 있지만 시기상 인수인계 중요

체면 중시 中에 오해 줄 수도 있어

마지막까지 최선 다하는 모습 기대





“대사님은 도대체 어디 계신가요?”



최근 만난 한 재중 교민 사회 관계자가 탄식하며 털어놓은 말이다. 베이징 관가와 교민 사회에는 “장하성 대사가 다음 주에 귀국한다” “(아내인) 김훈순 교수가 지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돈다. 차기 대사가 베이징에 부임하기 전에 귀국한다는 소문이 꽤 유력한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대사관 측도 “조만간 장 대사의 정확한 귀국 일정을 알릴 예정”이라면서 부인하지 않는 모습이다.

후임 대사가 오기 전에 현직 대사가 귀국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중국으로 한정하면 오히려 현직과 차기 대사가 하루 차이도 없이 바통 터치를 하는 경우가 두 차례밖에 없었을 정도다.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대사였던 이규형 전 대사가 권영세 전 대사와, 권 전 대사가 김장수 전 대사와 맞교대를 했다. 이를 제외하면 짧게는 사흘에서 길게는 3개월간 공석이던 적도 있다.

공교롭게도 가장 오랜 시간 비어 있던 주중 대사 자리를 채운 사람이 장하성 현 주중 대사였다. 당시 노영민 전 대사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급거 귀국하느라 주중 대사 자리가 역대 가장 오랜 시간 공석이었다. 외교부는 물론 대사관 측은 그때나 지금이나 “공관장이 자리를 비우면 공관 차석이 대사 대리로 공관을 이끈다”며 공백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물론 시스템을 잘 갖춘 조직 자체는 그 시스템에 의해 돌아가기 마련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권한대행이 있고 직원들이 필요한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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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대국과의 관계, 특히 현재 양국이 직면한 외교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몐쯔(面子·체면)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나라다. 게다가 지금은 중국과의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차기 대사가 언제 부임할지도 모르는 와중에 현직 대사가 서둘러 귀국하느라 자리를 비운 것이 알려지면 중국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윤석열 정부는 급변하는 주변 국가들과의 외교 협력을 위해 취임 이후 신속하게 4강 대사 인선을 마무리했다. 앞서 주미 대사를 임명한 데 이어 이달 7일에는 주일·주중·주러 대사를 빠르게 발표했다. 신임 정재호 주중 대사 내정자는 김대중 정부(28일) 이후 가장 빠른 취임 29일 만에 정해졌다.

통상 한 달 전후로 아그레망(주재국 부임 동의)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정 내정자가 아그레망을 받아 베이징에 들어오는 시기는 이달 말에서 다음 달 초 무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 시작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중국은 여전히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며 해외 입국자에 대한 강력한 격리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 나라의 대사도 예외일 수 없다. 니컬러스 번스 신임 주중 미국 대사 역시 중국에 입국한 후 3주간 격리를 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 내정자는 일러도 7월 초, 늦으면 8월이나 돼야 취임이 가능하다. 장 대사의 선택에 따라 길게는 두 달 정도 대한민국 주중 대사가 빈자리가 된다는 의미다.

지금 우리나라와 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소통하며 양국의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중대한 시점을 맞이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어느 때보다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 경제·외교 동맹을 조직하고 나선 미국과 중국의 대립 구도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지금은 중국이 한중 수교 30주년(8월 24일)을 앞두고 한국과의 협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 대사의 조기 귀국설을 보면 국가 차원에서 대중 관계의 큰 그림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 대사는 2019년 4월 8일 주중 대사 취임식에서 “현장에서 발로 뛰며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교민 사회, 동포 사회에서는 장 대사가 어느 대사보다 소통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일은 차치하더라도 유종의 미를 거두려면 지금은 집에 갈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나라를 위한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한 발 더 뛰어야 할 시기라는 점을 명심해줬으면 한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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