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내부회계관리제도, 축소 아닌 강화가 필요한 때

전상훈 EY한영 감사본부 마켓 부문장

전상훈 EY한영 감사본부 마켓 부문장전상훈 EY한영 감사본부 마켓 부문장




투자자 보호 및 회계 신뢰도 향상을 위한 안전장치로 2018년 11월에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즉 신외감법이 도입됐다. 주기적감사인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강화된 내부회계관리 제도 도입 및 이에 대한 외부감사의 실시 등을 골자로 한 이 제도는 이미 시행 4년 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실효성을 두고 시장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및 사회적 한탕주의의 만연 속에서 기업 내 횡령 사고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한 경각심 때문인지 국내 기업 관계자들도 횡령을 더 이상 남의 일로 여기지 않고 있다. EY한영이 국내 기업의 임직원 5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35%가 ‘향후 본인 회사에 횡령이나 회계 부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해 방지 대책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계 부정 방지 체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은 현재 자산 규모 1000억 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적용되고 있는 강화된 내부회계관리 제도다. 하지만 내부회계관리 제도가 구축돼 있음에도 회계 부정 또는 횡령 사고가 발생하면서 신외감법 무용론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내부회계관리 제도의 존재의 의미를 모두 부정하기보다는 운영상 부족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설계된 업무 분장이나 업무 절차를 무시 또는 우회하거나, 각 과정의 통제 활동과 감독 체계를 소홀히 했을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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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EY한영의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설문 응답자의 약 81%는 내부회계관리 제도가 횡령 또는 부정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감사실 또는 내부감사 기구에 소속된 응답자들은 약 87%가 ‘내부회계관리 제도가 회계 부정 사고 억제에 도움이 된다’고 답변해 감사 관련 업무 종사자일수록 내부회계관리 제도의 실질적 기능을 체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내부회계관리 제도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라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인 응답자 중에서도 약 62%는 그러한 원인으로 ‘형식적 운용’을 들었다.

이 밖에도 현재 신외감법 도입 이후 많은 기업들이 급격한 감사 보수 증가, 감사인 간 의견 불일치의 증가, 내부회계관리 제도 운영 및 외부감사 대응에 필요한 시간 증가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별 회계투명성 순위 중 한국은 신외감법 도입 전 최하위 수준에서 2021년 37위로 수직 상승했고 상장기업의 연도별 횡령·배임 사건 발생 건수도 2019년도 93건, 2020년도 79건, 2021년도 55건으로 2019년 대비 크게 감소했다. 신외감법이 국가의 회계 투명성을 개선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고 횡령과 회계 부정 방지에도 실질적으로 기여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효과다.

결론적으로 최고 경영진이 관심을 갖고 내부회계관리 제도를 철저히 운영해 궁극적으로 기업의 재산과 사회적 이미지를 보호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또한 외부감사인 역시 횡령이나 회계 부정 사고의 적발 및 방지를 위해 기업의 내부회계관리 제도에 대한 감사뿐만 아니라 상시 감사와 디지털 감사 등의 수단을 통해 감사 절차를 지속적으로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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