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000270) 니로는 국내 친환경차 시장을 개척해왔다. 2016년 하이브리드(HEV) 모델이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018년에는 전기차(EV)로 제품군을 다양화했다. 친환경 모델만으로 제품을 구성하며 디젤, 가솔린 일색이던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 균열을 냈다.
‘디 올 뉴 기아 니로’는 6년 만에 선보인 2세대 완전변경 모델이다. 지난 1월 HEV 모델이 먼저 출시됐고, 이번에 EV까지 추가되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혔다. 2019년 공개된 콘셉트카 ‘하바니로’의 디자인을 계승하며 1세대와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갖춘 신형 니로는 간결하면서도 도전적인 외관을 구현했다. 여기에 신형 니로 EV는 전기차만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까지 더했다.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에는 입체적인 육각형 문양을 적용해 전기차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충전구는 전면부 중앙에 자리하며 그릴, 주간주행등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마치 디자인의 일부처럼 보인다. 17인치 전용 휠은 측면의 역동적인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며 공기저항까지 최소화한다.
신형 니로 EV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3세대 플랫폼을 바탕으로 설계해 공간 활용성을 최대한 키웠다. 전장은 4420㎜로 1세대 니로 EV보다 45㎜ 길어졌고, 축간거리도 20㎜ 늘어난 2720㎜다. 전폭과 전고는 각각 1825㎜, 1570㎜다. 기아 셀토스보다 크고 스포티지보다는 작은 차체다. 2열은 키 180㎝인 성인이 앉기에도 머리와 무릎 공간이 여유롭다. 트렁크 공간은 475ℓ로 기존 모델보다 24ℓ 늘어났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좌석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어 레저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시승은 경기 하남시를 출발해 경기도 가평을 돌아오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고속도로와 굴곡이 심한 국도가 배합된 코스였다. 주행을 시작하면 전기차 특유의 옅은 모터 소리와 함께 정숙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가속력은 훌륭하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최대 출력 150kW와 최대 토크 255Nm을 발휘하는 고효율 모터가 힘을 내며 차체를 앞으로 밀어낸다. 가속력이 폭발적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실용 영역에서는 부족함 없는 힘을 낸다.
특히 ‘아이 페달(i-Pedal)’ 기능은 편안한 주행을 돕는다. 가속페달만 이용해 가속과 감속, 정차까지 지원하는 기능이다. 회생제동 단계를 강하게 설정하면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제동하는 효과를 낸다.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 가속페달만 사용해 주행할 수 있어 피로감이 줄어든다. 회생제동은 패들 시프트를 통해 총 다섯 단계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왕복 82㎞를 주행한 결과 전비는 7.3㎞/kWh로 기록됐다. 전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행하며 공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까지 사용했음에도 공인 복합전비(5.3㎞/kWh)를 뛰어넘는 수치가 나왔다. 고효율 난방 시스템인 히트펌프와 배터리 온도를 최적으로 관리해주는 ‘배터리 컨디셔닝’ 기능 등이 전비 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이 기아 측의 설명이다.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최대 401㎞다.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한 가격은 에어 트림이 4852만 원, 어스 트림이 5133만 원이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 700만 원과 지자체별 보조금까지 받으면 가격은 1000만 원 가까이 내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