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신둥팡





지난해 12월 28일 중국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더우인에 영상 하나가 올라왔다. 오후 8시부터 생방송 판매가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예고 영상 속의 쇼호스트를 보고 놀랐다. ‘학원 재벌’로 유명한 위민훙 대표였기 때문이다.



1962년 중국 장쑤성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위 대표는 삼수 끝에 베이징대 서양어과에 합격했다. 기쁨도 잠시, 실패의 연속이었다. 지방 토박이인 탓에 표준어인 베이징어를 제대로 익히지 못했고 영어 구사 능력도 떨어져 대학 성적이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다. 유학을 준비했지만 그 역시 녹록지 않았다. 문제는 돈이었다. 1985년 대학 졸업 후 유학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설 토플 강좌를 개설했다가 대학에서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유학 붐을 타고 영어 교육의 사업성이 크다는 점을 간파하고 1993년 신둥팡(新東方·뉴오리엔탈그룹)의 모태인 영어학원을 차렸다. 2006년 뉴욕 증시에 상장됐고 2016년 중국 교육 기업 최초로 연 매출 100억 위안(약 1조 7700억 원)을 넘었다. 2017년에는 동종 업계 최초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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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7월 중국 당국이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솽젠(雙減·쌍감)정책’을 펴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전체 직원 8만여 명 중 6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시가총액 90%가 증발했다. 위 대표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았다. e커머스 기업인 신둥팡온라인을 설립해 활로를 모색했다. 특히 중국어 외에 영어로도 진행하는 ‘쌍어(雙語)전략’을 활용했다. 기능만을 강조하는 일반 제품 판매와 달리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을 활용해 능숙한 영어로 농산품의 유래와 특징을 설명했다. “공자가 갓을 벗고 물건을 팔러 시장에 나왔다”는 네티즌의 찬사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근 신사업이 자리를 잡으며 하루 최고 매출액이 30억 원에 달했고 주가도 상승세다. 물론 전성기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솽젠 정책의 파장은 이념에 얽매인 규제 일변도 정책이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고 양질의 일자리를 없앤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복합 위기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은 혁신과 기술로 무장하고 정부는 규제 혁파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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