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과거 물가 급등기였던 2008년의 4.7%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가파른 물가 상승 추세가 꺾일 때까지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세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한미 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 가능성에 대해 통화 당국 수장으로서 이전보다 좀 더 열린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관련 기사 10면
이 총재는 이날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향후 물가 흐름은 국제 유가 상승세 확대 등의 여건 변화를 고려할 때 지난달 전망(연 4.5%)을 상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4%대 후반의 고물가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은은 지난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올해 물가 상승률을 기존 3.1%에서 4.5%로 끌어올렸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전망치를 다시 높인 것이다.
이 총재는 높은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적절히 제어하지 않을 경우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수 있다”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불안해지면 물가가 임금을 자극하고 이는 다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상호작용이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이 총재는 다음 달 금통위의 빅스텝 단행 여부에 대한 질문에 “물가만 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라 경기와 환율에 끼치는 영향, 가계의 이자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 격차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며 "미국과 다른 주요국 간 금리 차이와 환율, 자본 유출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