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기관도 투매 동참, '빚투' 개인 강제청산…2200선 공포 현실화되나

[이틀 만에…코스피·코스닥 또 연저점 경신]

외국인 반도체株 패닉셀 지속…'안전핀' 연기금마저 412억 매도

CFD 반대매매 쏟아져 낙폭 확대…신용융자 잔액 20조 밑돌아

실적악화·수급공백 겹악재에 일각 "추가 하락" 비관론 제기도





반도체 업황 악화, 한미 금리 역전 임박, 외국인의 ‘셀 코리아’ 등 각종 악재들이 쌓여가면서 코스피지수가 22일 단번에 66포인트 빠지며 2300 선으로 주저앉았다. 코스닥도 4% 넘게 급락하며 연저점을 연일 갈아치웠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까지 투매에 동참한 데다 개인들의 ‘빚투’ 물량에 대한 반대매매가 쏟아지며 수급 공백이 깊어진 결과다. 신용거래 융자잔액이 약 2주 만에 1조 8000억 원 이상 줄며 20조 원을 하회했다. 주가 하락으로 차익결제거래(CFD) 계좌의 청산 물량까지 나오면서 낙폭이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증시 활력이 떨어지면서 코스피 시가총액 회전율은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3분기 이후 반도체 실적에 먹구름이 끼면서 전문가들은 코스피 하단을 2200 선까지 열어두며 비관론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6.12포인트(2.74%) 내린 2342.81에 장을 마치며 이틀 만에 다시 2400 선을 밑돌았다. 2020년 11월 2일(2300.16) 이후 1년 7개월여 만의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31.34포인트(4.93%) 급락한 749.96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보면 2020년 7월 2일(742.5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약 64조 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외국인투자가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203억 원어치, 코스닥에서는 614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외국인은 올 들어 15조 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양대 증시에서 기관은 1412억 원을 팔았다. 통상 주가가 밀릴 때 구원투수 역할을 하는 연기금조차 412억 원을 내던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기금이 적극 매수에 나서지 않는 것은 증시가 바닥이 아니라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장주 대부분이 파랗게 질릴 정도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코스피에서는 930개 종목 중 870개가 하락 마감했으며 이 중 433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웠다. 대장주들의 시련도 계속됐다. 삼성전자(005930)는 전 거래일 대비 -1.54% 하락한 5만 7600원으로 52주 신저가 기록을 다시 썼고 SK하이닉스(000660)도 -3.15%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코스닥에서도 1480개 종목 중 1364개 종목이 내렸으며 무려 728개 종목이 신저가로 주저앉았다. 양대 증시의 신저가 종목은 총 1161개로 직전 연저점을 기록한 20일(1093개)보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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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가 속절없이 추락한 것은 경기 침체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 모멘텀(상승 동력)이 부재한 탓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 심화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대되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하락했다”며 “외국인과 기관 매물 출회까지 부담으로 작용하며 코스피는 재차 연저점을 하회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며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에 한층 다가선 점도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부추겼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원 70전 오른 1297원 30전에 마감했다.

수급이 무너지면서 증시가 활력을 잃은 점도 반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 거래 대금은 8조 5073억 원에 그쳤다. 6월 코스피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9조 1500억 원대로 떨어졌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며 투심이 악화하던 2020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달 코스피 시가총액 회전율도 5.99%를 기록하며 6% 밑으로 떨어졌다. 회전율이 6%를 밑돈 것은 2014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회전율은 총거래 대금을 평균 시가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주식거래가 얼마나 활발한지를 가늠하는 지표로 수치가 클수록 거래가 활발하다는 의미다. 월별 시가총액 회전율은 2020년 2월 이후 줄곧 두 자릿수를 기록해왔지만 하락장이 이어지면서 힘을 잃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기세가 꺾여 수급이 예전처럼 강력하지 않다는 점도 리스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국내 증시에서 신용거래 융자잔액은 19조 8534억 원으로 20조 원을 밑돌았다. 신용거래 융자잔액은 9일 이후 지난 2주간 1조 8000억 원이 줄었다.지난해 2월 2일(19조 9885억 원)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빚을 내 투자한 투자자들이 돈을 갚지 못하면서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증가했고 얼어붙은 투심에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들도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316억 원으로 지난해 10월 7일(344억 2000만 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날 외국계 매도 물량 중에는 CFD 반대매매 물량도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증시와 강하게 연동돼 있는 반도체 ‘투톱(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업황이 둔화하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D램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최대 8%, 낸드플래시 가격은 최대 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경기 침체로 제품 재고량은 늘고 있는데 모바일 및 PC 수요가 부진하면서 가격이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취약한 수급으로 증시가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코스피지수 하단을 2200 선까지 열어두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의 0.9배 수준인 2280 선을 저점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 폭락장에서도 0.9배에서 지지선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김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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