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 2심 재판부도 "국가 책임 없어"

가해자의 배상 책임만 인정

유족 "군에 면죄부를 준 판결"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이른바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유족이 국가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이른바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유족이 국가배상소송 2심 선고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유족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가해자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국가에 잘못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민사34-3부(권혁중 이재영 김경란 부장판사)는 22일 윤 일병의 유족이 국가와 당시 선임병이던 이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심과 동일하게 국가 손해배상 부분은 기각하고 주범인 이 모 병장에게는 총 4억907만여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이 씨에게 이자 지급 기일을 앞당길 것을 지시했다.

유족과 군인권센터는 군 당국이 사건을 초기에 은폐 및 왜곡한 책임을 묻지 않은 판결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재판이 끝난 후 유족은 "군 수사기관은 질식사가 아니라는 뚜렷한 증거에도 질식사를 고수하다가 들끓는 여론에 그제야 폭행에 의한 사망으로 바꿨다"며 "법원이 정의로운 판결 대신에 군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8년간 싸워서 얻은 것이 종이 쪼가리 몇 장이라는 게 말이 되냐"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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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과 함께 온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도 "가해자들에게만 배상 책임을 물었다는 것은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왜곡한 군 당국의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이라며 "판결에 매우 유감"이라고 전했다.

경기도 연천의 28사단 예하 포병대대에서 근무하던 윤 일병은 2013년 말부터 4개월가량 선임병들의 구타 및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2014년 4월 숨졌다. 사건 발생 초기 군 당국은 윤 일병이 냉동식품을 먹다 질식사했다고 알렸으나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이 구타와 가혹 행위로 인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군은 재수사 끝에 윤 일병이 질식이 아니라 가혹행위로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수사 결과 이씨를 포함한 선임병들은 내무실에서 간식을 먹던 중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고,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윤 일병의 얼굴과 배를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려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모 병장은 징역 40년이 확정됐다. 공범들은 상해치사죄로 징역 5∼7년을 선고 받았다. 국가보훈처는 윤 일병이 복무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인정하고 2017년 12월 국가유공자(순직군경)로 등록했다.

유족은 군검찰이 윤 일병의 사인을 '음식물로 인한 기도폐쇄에 따른 뇌 손상'이라고 밝혔다가 논란이 일자 '장기간 지속적인 폭행 및 가혹행위로 인한 좌멸증후군 및 속발성 쇼크 등'으로 바꿔 말한 것이 사건 은폐 시도라며 비판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군 수사기관의 수사와 발표에 위법성이 없었고, 군이 고의로 사건을 은폐·조작하려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후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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