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주52시간 틀 안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노동개혁 핵심 ‘노동유연성’도 빠져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 시동]

◆연장근로 '週 → 月' 단위로 개정 추진

산업화 시대에 만든 근로기준법

다양한 일자리 아우르는 데 한계

노사 자율권 제고 위해 법제 개혁

"해고제도는 추진 않겠다" 선그어

朴정부보다 범위·강도 등은 낮아

전문가회의체 출범…입법안 마련

여소야대 문턱이 최대 변수될 듯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연장근로 단위를 주(週)에서 월(月)로 고치기로 한 것은 근로시간 기본 골격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산업계 목소리가 워낙 컸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근로기준법은 다양한 산업과 일자리를 아우르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다만 근로시간 손질이 주 52시간 틀 내에서 이뤄진데다 노동 개혁의 핵심인 노동유연성도 빠지면서 아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근로의 양에서 질로 대전환…노사 근로시간 재량권 늘어나=근로시간 제도 개선은 근로시간의 양에서 질로 중심을 이동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정부는 주 68시간제에서 주 52시간제로 낮춘 현 단계를 물리적인 근로시간 감축의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여기고 있다. 주 52시간제로 부족해진 근로시간 문제를 탄력적·선택적·간주·재량 시간제 등 유연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특례업종 등 예외 제도로 해결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연근로제는 절차와 요건이 어려워 활용률이 10% 미만이다. 특히 정부가 인가하는 특별연장근로는 2019년 908건에서 지난해 6477건으로 6배 넘게 늘었다. 주 52시간제를 만든 정부가 오히려 예외를 두면서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정부 목표대로 연장근로 단위가 주에서 월로 바뀌면 보완을 마련하지 않고도 노사 모두 근로시간 재량권이 크게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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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제도 개선의 또 다른 의미는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의 한계를 정부가 인정했다는 점이다. 근로기준법은 동일 공간에서 동일 노동을 하는 근로자의 시간을 규율하는 게 취지다. 산업구조 개편, 근무 환경 변화, 청년 노동시장 진입 등 다양한 변화를 맞춰가는 데 부족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고용노동부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추가 보완 대책도 예고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하고 선택근로제 정산 기간을 늘려 산업 현장별 근로시간 숨통을 틔울 방침이다.

◇노동계 반발 의식했나…이정식 “해고는 킬 이슈”=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 방안은 같은 보수 정부인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동 개혁보다 범위·강도 모두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은 임금체계 개편,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 고용 개선, 사회안전망 강화, 능력 중심 노동시장 정립 등 5대 과제가 추진됐다. 일반해고와 취업 규칙 변경을 일컫는 일명 양대 지침까지 발표됐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계의 강한 반발 속에 양대 지침을 강행했고 이마저도 문재인 정부에서 폐기됐다.

이날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양대 지침에 담겼던 해고 제도에 대해서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해고에 대해 ‘킬 이슈(Kill Issue)’라는 비유를 쓰면서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노동 개혁 과제로 삼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일명 쉬운 해고로 불린 노동유연성 제고를 다시 꺼낼 경우 노동 개혁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론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하지만 해외 선진국들은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유연성을 높여 노동시장을 개혁한 성공 사례가 적지 않다. 적극적으로 이직 활동을 돕고 실업자의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노사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을 꾀했다.

◇전문가회의체 논의로 입법안 마련…여소야대 문턱 넘을까=고용부는 이달 중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출범시켜 노동 개혁에 본격 착수한다. 4개월간 운영되는 연구회는 주 1회 이상 회의를 개최하고 구체적인 노동 개혁 방안을 고용부에 권고한다. 고용부는 권고안을 토대로 입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부 안팎에서는 이르면 올해 입법안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수는 여소야대 국면이어서 국회 입법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전문가 회의체 카드를 꺼낸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노사정 대타협과 노동 개혁을 한 트랙에 두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사회적 논의와 대타협이 길어질수록 노동 개혁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고용부 내에서는 이번 노동 개혁이 과거처럼 노사가 원하는 안을 제시하고 협상하는 ‘패키지 딜’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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