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의 권총 휴대 시 사전에 면허를 받도록 한 뉴욕주의 총기 법안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반면 의회에서는 공화당의 지지를 얻은 상원이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며 입법화에 바짝 다가섰다. 미국 사회가 총기 문제를 두고 또 한번 분열되는 모양새다.
23일(현지 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대법원은 이날 찬성 6 대 반대 3으로 1913년 제정된 뉴욕주 총기 법안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찬성 의견을 낸 것은 보수 성향의 대법관 6명이다.
대법원은 "뉴욕주는 개인이 자기 방어에 대한 특별한 필요성을 입증해야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면허를 발급하기 때문에 뉴욕주의 면허 제도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뉴욕주에서는 개인이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소지하려면 미리 허가증을 받아야 하며 허가증이 필요한 합당한 사유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주 소총&권총협회 등은 수정헌법 2조가 단순히 무기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지’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라며 해당 법안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판결 직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번 판결은 상식과 헌법에 어긋나고 우리 모두를 심각하게 괴롭힐 것"이라고 법원의 결정을 비판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도 "대법원이 가족을 보호하고 총기 폭력을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퇴보시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미 상원에서는 총기 규제 법안이 찬성 65 대 반대 33으로 통과됐다. 민주·공화당의 초당적 지지를 얻은 이 법안에는 △21세 미만 총기 구입자에 대한 당국의 배경(background) 조회 강화 및 의무화 △배우자 등을 상대로 한 가정폭력 전과자의 총기 구매 최소 5년 금지 △총기 소지 위험 인물에 대한 법원의 총기 일시 압수 허용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이 법안은 공화당의 반대로 의회의 벽을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일부 조항들이 수정·삭제돼 공화당 일부가 지지로 돌아섰다. 가령 민주당은 모든 범죄자들에게 총기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공화당과의 협상 끝에 초범에 한해 집행 5년 뒤 총기 구매를 허용하는 쪽으로 수정했다. 결국 이날 민주당 의원 50명 외에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등 공화당 측 15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법안은 하원을 거쳐 바이든 대통령에게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