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남편을 여의고 혼자서 아들 하나를 키워 온 A씨는 시가 10억원의 아파트를 본인 명의로 소유 중이다. 아들에게 이 아파트 1채만 상속해줘도 상속세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알아보니 본인의 경우에는 상속세가 9000만원이라고 한다(다른 재산은 없고 아파트를 현재 시가로 상속한다는 가정이며, 상속공제는 일괄공제 5억원만 적용하여 계산함). 상속세 걱정을 하던 중에 보험회사를 다니는 지인의 권유로 5년 전에 가입했던 종신보험이 상속세의 납부재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보험증권을 찾아서 확인해보니 주계약(사망보장금액)이 1억원이고 보험료를 20년 동안 납입하는 조건으로 가입한 종신보험이었다. A씨는 보험계약자를 아들로 바꾸어 주고 남은 보험료를 아들이 내도록 하면 어떨까, 자신의 사망보험금에 대한 상속세 문제는 없을까, 자신이 이미 5년간 납입한 보험료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하는 걸까 등 이 같은 의문점들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A씨는 보험가입을 권유했던 지인에게 세무 전문가와 상담을 하고 싶다고 요청했다.
A씨의 상속세는 사망보험금의 발생여부, 보험계약자의 변경여부에 따라 아래와 같이 상황별로 다르게 계산된다.
① A씨가 생전에 종신보험을 해약하거나 연금전환 등을 통해 생활비로 소비한다면 아들이 상속받는 사망보험금이 전혀 없기 때문에 아파트 1채에 대한 상속세 9000만원이 발생한다.
② A씨가 사망하기 전까지 남은 보험료를 본인이 계속 납입한다면 사망보험금 1억원 전액이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재산은 11억원으로 늘어나고 상속세 1억1400만원이 발생한다.
③ 보험계약자를 변경하여 보험료 잔여 납입기간(15년) 내내 A씨 아들이 보험료를 납입하고 A씨가 사망한다면 납입기간 비율에 따라 안분 계산하여 사망보험금 1억원 중 ¼인 2500만원만 상속재산에 포함되며 상속세 9150만원이 발생한다.
언뜻 보면 ①번의 경우처럼 사망보험금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보다 종신보험을 통해 사망보험금 1억원을 상속해 주는 ②번의 경우에 상속세가 2400만원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종신보험을 가입할 필요가 없었다거나 A씨가 생전에 해약해서 쓰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A씨 아들의 상속세 납부여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면 A씨의 종신보험은 아들의 상속세 납부재원 마련에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다. 금융재산의 상속 없이 아파트 1채만 상속받으면서 상속세 9000만원을 온전히 A씨 아들의 능력으로 내야 하는 경우보다 아파트 1채에 사망보험금 1억원이 더해져서 상속세 1억1400만원이 나오더라도 상속받은 금융재산 1억원 이외에 아들의 능력으로 1400만원만 추가로 마련하면 되는 경우 아들의 상속세 납부재원 부족분에 대한 마련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③번의 경우는 보험계약자를 A씨에서 보험료 납입 능력이 생긴 아들로 변경하고 잔여납입기간(15년) 동안 아들에게 보험료를 내도록 한다면, A씨가 이미 납입한 기간의 비율에 해당하는 보험금 2500만원만 상속재산에 포함되면서 상속세 9150만원이 발생하지만 아들이 수령하는 A씨의 사망보험금 1억원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도 850만원이 남게 되므로 아들이 추가로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할 필요는 전혀 없게 된다.
만약 A씨가 종신보험의 계약 전에 아직은 납입능력이 없는 아들에게 현금을 증여하고 나서 보험료를 불입하게 한다거나, A씨가 보험료를 전부 납입한 후에 보험료 총액(평가액)을 아들에게 증여하는 방법은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에는 현금이나 보험료 총액(평가액)에 대한 증여세 납부만으로 세금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세법에서는 보험료의 증여시 현금처럼 증여세를 신고, 납부하면 세금문제가 종결되는 것으로 인정하지 않고, 보험사고(사망이나 만기 등)가 발생한 경우 해당 보험사고가 발생한 날을 증여일로 한다. 즉, 종신보험의 피보험자인 A씨가 사망(보험사고)할 경우 보험회사가 지급하는 보험금 중에 어느 정도의 금액이 실제 증여재산가액인지를 계산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4조에 의하면 보험계약 기간에 보험금 수령인이 재산을 증여받아 보험료를 납부한 경우 증여받은 재산으로 납부한 보험료 납부액에 대한 보험금 상당액에서 증여받은 재산으로 납부한 보험료 납부액을 뺀 가액을 보험금 수령인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어 자녀에게 상속세 납부재원을 만들어 주고 싶다면 종신보험의 계약관계자 설정에도 주의해야 한다. 보험계약 당시부터 보험료 이상의 소득이나 경제력을 가진 자녀가 보험계약자가 되어 보험료를 납입한다면 부모(피보험자)의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에 전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자녀는 상속세 증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금융재산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자녀에게 보험료 납입능력을 만들어 주기 위해 현금을 증여하면 증여세를 신고, 납부하더라도 보험사고 발생시점에 보험금 중 어느 정도가 실제 증여재산가액인지를 재계산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상가나 오피스텔과 같이 임대소득이 발생하는 수익성 부동산을 사전에 증여해 주는 것을 자산가들은 더 선호한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김준희 수석연구원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
신한라이프는 자산가 고객에게 상속과 증여에 대한 전문적 WM(Wealth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8월 11일 ‘상속증여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오픈했다. 상속증여연구소는 기존 부유층은 물론, 최근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치 상승으로 상속과 증여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고객까지 확대하여 전문적인 상속증여 콘텐츠를 연구개발하고 있다.
※신한라이프 상속증여연구소와의 ‘도와줘요, 상속증여’ 연재는 잠시 쉬어갑니다. ‘도와줘요, 자산관리’ 시리즈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