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사람에게 쉽게 돈을 주거나 기부하는 노인일수록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USC) 연구팀은 모르는 사람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노인일수록 인지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70대 노인 67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각 노인 참가자들에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다른 사람과 짝을 지어 10달러를 서로 분배하도록 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더 많은 돈을 상대방에게 내어준 노인일수록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USC 신경심리학 교수인 듀크 한(Duke Han) 박사는 “돈을 다루는 데 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상들 중 하나로 생각된다”면서 “노인들의 재정적 이타주의가 어쩌면 위험을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긍정적으로 해석되는 이타주의 개념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부분에 의의가 있다”면서 “(연구 결과가) 노인들의 재정적 이타주의와 인지적 기능 사이의 부정적인 관계를 지적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이러한 노인들의 행동 변화에 경계해야 하며 나이가 들면서 갑자기 더 관대해졌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도 “돈을 쉽게 주거나 기부하는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며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더 관대해지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연구팀은 노인들이 실제로 금융 사기의 주요 표적이 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이들은 “노인들이 겪는 외로움과 고립이 그들을 금융 사기로부터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가족이나 관리인에게 재정 통제권을 넘기면서 돈에 대한 관념이 흐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상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현지 노년층들은 매년 약 30억 달러(약 3조8880억 원)를 금융 사기로 잃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알츠하이머병 저널(Journal of Alzheimer's Disease)'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