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한전, 연내 1.3조 더 벌지만…'30조 적자'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

■전기요금 7월부터 1㎾h당 5원 인상

한전 요구액 6분의1 수준만 올라

10월 기준연료비 추가 인상해도

하반기 15조대 사채발행 불가피

탈원전 후폭풍에 자본잠식 우려도





27일 1㎾h당 5원의 전기요금 인상 방안 발표로 월평균 30㎾h의 전기를 사용하는 4인 가구의 전기 부담은 월 1535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분기별 1㎾h당 3원이 인상 한도인 실적연료비를 연간 한도인 1㎾h당 5원까지 높여주며 한전의 재무 부담을 낮춰주려 애썼다.



이 같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전력이 올해 30조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은 큰 변함이 없다. 한전은 올 3분기 1㎾h당 33원 60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인상 폭은 6분의 1도 되지 않은 5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전 내부에서는 2019년 도입된 여름철(7~8월) 누진제 완화 정책의 영향으로 이번 전기요금 인상 효과가 더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정부는 우선 올 10월부터 앞서 예고한 ‘기준연료비’ 인상분(1㎾h당 4원 90전)을 전기요금에 모두 반영할 예정이다. 기준연료비는 석유·석탄·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을 기초로 매년 결정된다. 매해 1월부터 반영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문재인 전 정부는 ‘탈원전 청구서가 날아들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요금 인상 시점을 미뤘다. 무엇보다 ‘연료비연동제’ 관련 산식에 따라 내년 1월 실적연료비가 또다시 갱신될 경우 전기요금이 1년 새 2배가량 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전은 올 상반기에만 15조 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전은 올 하반기에도 비슷한 규모의 회사채 발행이 불가피해 보여 일각에서는 내년께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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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료비 인상액도 한전 재무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7조 7869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료비 가격이 나날이 치솟고 있어 적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한전은 매월 평균 4만 5000GWh(1GWh=100만 ㎾h) 규모의 전력을 거래 중이라 실적연료비가 인상된 가격에 해당 전력을 모두 판매할 경우 매월 2250억 원의 요금을 더 받을 수 있다. 실적연료비 인상분이 올해 말까지 그대로 적용된다 하더라도 한전이 6개월간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은 1조 3500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여기에 10월부터 기준연료비 인상분인 4원 90전의 요금이 추가 반영된다 하더라도 석달간 추가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은 6700억 원 수준이다. 다 합치면 2조 원이 겨우 넘는 수준이다. ‘사채로 사채를 돌려 막는’ 한전의 경영 행태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2008년처럼 한전 재무 개선을 위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공기업 방만 경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는 와중에 사용 가능 카드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제한해 놓은’ 한국전력공사법 16조 개정을 통해 한전의 숨통을 잠시 틔워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국회 동의가 필요한 절차라는 점에서 언제 개정될지 모른다.
한전의 이 같은 재무 악화와 관련, 이전 정부의 탈원전 및 신재생 보급 과속 정책에 대한 비난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국민의힘이 이날 개최한 의원총회에서는 현 정부 ‘친(親)원전’ 정책의 골조를 만든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탈원전과 한전 재정악화의 연관성에 대한 발표를 하며 이전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전기요금을 억누른 기획재정부도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올해 전기료는 기준연료비 인상분(9원 80전)과 기후환경요금 인상분(2원)을 더해 1㎾h당 11원 80전이 인상돼야 했지만 지난해 말 기재부는 물가 상승 우려를 이유로 요금 인상분을 올 2분기와 4분기에 나눠 반영하도록 했다. 당시 “탈원전으로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해 한전의 팔을 억지로 비틀었다는 비판이 거셌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요금 인상분은 한전의 적자를 메우기에는 어림도 없다”며 “우리나라만 전기를 싸게 쓸 수 없는 만큼 전기료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원전 이용률 감소 등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져야만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루빨리 전기료 결정 체계를 독립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양철민 기자·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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