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민 감독의 '이순식 3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인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극장가 출항을 앞두고 있다. 세계적으로 위대한 해상 전쟁으로 꼽히는 한산대첩을 통해 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포부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전작 '명량'에 이어 이번 작품이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28일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이하 '한산')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김한민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해일, 변요한,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이 참석했다.
'한산'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다.
작품은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김 감독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계기에 대해 "처음에는 역사 3부작으로 '최종병기 활', '봉오동 전투', '명량'을 생각했다. '명량'은 너무 큰 영화라 내가 환갑 때쯤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최종병기 활'이 잘 돼, '명량'을 먼저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명량'을 기획하다 보니 이순신 장군 이야기를 단지 한 편으로 그릴 수 없겠더라"고 회상했다. 이어 "적어도 3부작 트롤로지로 만들어야 명확하게 보이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가장 뜨거운 역전극인 '명량'을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이라며 "이후 '한산'이 개봉하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작품의 부제인 '용의 출현'의 주인공, 거북선 제작은 김 감독이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 중 하나다. 김 감독은 "거북선은 우리가 많이 알고 접한 것 같지만, 진짜 거북선이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학자들이 아직까지 설왕설래하는 부분도 있다"며 "모든 걸 총망라해 나름의 고뇌를 갖고 만들었다. 영화를 보면 어떤 설득력과 당위성을 가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전이 약 51분간 펼쳐지는데, 흥미진진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한산'을 통해 국민들에게 자긍심을 주고 싶다고. 그는 "국민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용기, 치유, 연대의식을 아울러 느꼈으면 좋겠다"며 "결국 하나의 단어로 통합됐으면 좋겠는데, 그게 자긍심"이라고 강조했다.
화려한 캐스팅에 대해서는 "캐스팅 3원칙이 있다. 의리적 캐스팅, 신인 캐스팅, 전략적 캐스팅"이라며 "이런 원칙 속에서 하다 보니 무리가 없더라. 좋은 배우를 만날 수 있고, 또 새로운 의리를 쌓을 수 있다"고 비결을 밝혔다.
배우들은 큰 부담이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출연을 주저하지 않았다고. 박해일은 "이순신은 전국민이 다 아는 인물이고, 위대한 위인이다. 이순신 역을 제안받았을 때 '감독님이 나의 뭘 믿고 제안했을까'라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감독님의 설명을 들으니 내가 해볼 수 있는 지점이 있더라. 이번에는 전략을 밀도 있고 지혜롭게 행하는 지장으로서 모습과 백성을 챙기는 덕장으로서 모습, 그리고 선비스러움까지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요한은 "왜군 수장 역을 부담이었지만, 기호지세의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대선배님들과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 점과 대한민국 영웅인 이순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규는 "감독님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니 준사가 단순히 액션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 전쟁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는 인물이기에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김성균은 "처음에는 당연히 조선인 역할을 기대했는데, 왜군으로 들어와서 '이게 뭔가?' 싶고, 극심한 부담도 느꼈다. 한편으로 이순신의 위대한 승리를 기리는 영화에 쓰임새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김향기는 "이런 작품의 일원이 되는 건 감사한 일이다. 인물성이 드러나고 쌓이다가 카타르시스가 터지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박해일은 40대 후반의 이순신을 연기한다. 그는 "'명량'의 최민식 선배가 있었고, '한산' 다음으로 '노량'의 김윤석 선배가 준비 중이다. 관객들이 나중에 3부작을 몰아 볼 때, 시기적으로 '한산'을 제일 머저 볼 가러고 생각했다"며 "젊다면 젊은 기운으로 뭉쳤다. 감독님이 팽팽한 긴장감 넘치는 전투 자체에 집중하자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순신 장군이 어릴 적부터 유학을 익혔고 인문학적 소양을 쌓았고 그 이후에 무인의 길을 걸었다. 이런 부분들로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면의 군자의 모습과 외면의 올곧은 무인의 모습을 유지하는 거였다"고 했다.
왜군 장수 와키자카 야스하루로 분한 변요한은 "이순신 장군님만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 3부작이 잘 빌드업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그렇다면 '한산'의 와카자카는 어떤 모습으로 이순신을 대했을까 생각했고, 집중력을 중요시했다"고 밝혔다. 일본어 연기에 대해서는 "외국어로 연기하는 건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 사람이 연기하는 건 정서적으로 나보다 뜨겁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내가 하게 됐다"며 "교과서적으로나 학습적으로는 부족할 거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 외의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있기에 자신 있다"고 자부했다. 그러면서 "언어를 파괴하는 건 감성이다. 일본어 선생님을 우리 집에서 계속 재울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김성규는 항왜군사 준사 역할에 도전한다. 그는 "머리를 미는 데 주저함 없을 정도로 임했다. 머리를 밀었을 때 멋있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며 "준사는 역사 속의 정보가 많이 없는 인물로 판타지적인 액션이 있다. 조선과 왜군 사이에서 본인의 위치를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사람의 고민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성균은 와키자카와 대립하는 장수 가토 역할을 맡아 날을 세운다. 그는 "'한산'이 이순신과 와카자카의 대결이 주축이라면, 와카자카와 가토의 대립은 또 다른 긴장감을 준다. 또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왜군 진영에 날 선 긴장감을 주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김향기는 어린 나이에 왜군에 잠입해 의로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첩자 정보름 역할을 맡았다. 그는 "본인의 의지로 왜군의 적진에 들어가 정보를 전달하는 첩자"라며 "정보름은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왜군의 동향을 살피는 탐망꾼 임준영 역에는 옥택연이 나선다. 그는 "임준영은 '난중일기'에도 나올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다. 이순신 장군님이 대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정보전에 능했다는 것"이라며 "그 정보를 가져다주는 인물이 임준영이기에 이순신 장군님을 볼 때 충성심 있는 눈빛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산: 용의 출현'은 오는 7월 27일에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