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패권 시대, 정부가 세계 최초·선도 연구를 장려해야 하는데 오히려 모방형 시대의 패러다임과 시스템으로 여전히 출연연(정부출연연구기관)을 컨트롤하고 있어요.”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이 27일 ‘제1회 국가연구소 기업가정신 토크콘서트’ 생명연 편에서 “독일의 막스플랑크처럼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역설했다. 그는 세계적인 한류 현상도 역설적으로 정부의 K문화연구원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선도형 연구를 견인하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며 “산학연 연구원들은 기업가정신을 갖고 도전하는 자세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출연연이 단기 연구 과제를 지양하고 영향력이 큰 중장기 프로젝트를 늘려야 하는데 현재는 평가 지표에 부합하는 수준의 연구를 주로 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업 경쟁력 향상에 대해 “잘 나가는 산업은 초격차를 꾀하고 신기술은 적극 사업화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맞춤형 지원 제도를 잘 정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정부와 기업·연구소·대학이 같은 방향을 보면서 연구비를 써야 효율적인데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며 “연구비를 가장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국가 R&D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장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은 “출연연 등 연구계가 가야 할 도전적인 연구 방향과 기존 관행에 따른 평가 시스템 간 괴리가 있다”며 “그동안은 연구자가 논문과 특허만 양산하면 되는 정량 평가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정성 평가를 늘려 보다 영향력이 큰 연구를 장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생명연에서는 원천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 연구가 대부분인데 정부가 강조하는 창업 활성화 방안에 대한 공감대도 모아가며 평가 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김 원장은 “선도국으로 발돋움하려면 선진국만 따라잡는 목표 갖고는 안 된다”며 “바이오헬스 등 혁신 산업을 대폭 키워야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할 수 있다”고 의지를 다졌다.
윤태성 생명연 책임연구원은 “언제부터인가 과학기술인들의 자존심이 많이 무너졌다”며 “윤석열 정부가 (과거 박정희·김대중 정부처럼) 과학기술인의 자존심을 높여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