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규제 입법 건수 경쟁 벌이면서 ‘일하는 국회’ 운운할 수 있나


국회의원들의 입법 건수 과열 경쟁으로 엉터리 법안 발의가 급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8일 내놓은 ‘과잉·졸속 입법 사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 발의 법률안은 17대 국회 6387건에서 20대 국회 2만 3047건으로 3.6배나 급증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전반기에 이미 1만 5106건에 이른다. 의원들이 입법 실적 높이기 경쟁에 매몰돼 함량 미달 법안을 쏟아내면 국민의 삶과 기업 활동을 옭아매게 된다. 미국 의회의 경우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부실 법안의 80%를 걸러내고 나머지 20%만 집중 심사해 법안의 수준을 높인다. 한국에서는 정부 입법의 경우 입법 예고, 규제 영향 평가, 법제처 심사 등 8단계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다. 반면 의원입법은 10인 이상의 의원이 동의하면 검토 절차도 생략한 채 발의할 수 있다. 이러다 보니 15대 국회 당시 40%였던 의원 발의 법안의 가결률(원안 및 수정안 기준)이 21대 국회에서는 10%까지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입법 발의를 남발하다 보니 규제 법안들이 양산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국회에서 발의한 규제 법안이 4000건 이상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의 3배를 넘어섰다. 의원입법도 정부 입법처럼 규제 영향 평가를 받도록 하고 국회입법조사처 등 전문 기관의 검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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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원내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일하는 국회’를 외쳐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회가 규제를 남발해 기업 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야 의원들이 입법권을 남용하지 말고 신중하게 행사해야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 국회가 한 달째 공회전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7월 임시국회 단독 소집을 시도하고 있다. 여야는 조속히 국회 정상화에 합의해서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계속 직무유기를 하면서 말로만 ‘일하는 국회’를 외친다면 차기 총선에서 대대적인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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