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꼰대간부·MZ사원 독서로 소통…세대 장벽 허물고 업무 효율 쑥

[多讀多讀 더 행복한 일터] <중>진화하는 독서경영

최근 1년 기업 구매도서 톱10에

과거와 달리 경제경영은 한권 뿐

개인 행복·직장생활 애환 다룬

인문학·소설 등 상위권에 포진





국내 기업들은 왜 직원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하는 것일까. 과거에는 직원들이 경영이나 사업 트렌드를 이해하도록 해 업무 역량을 끌어올리는 게 주요 목적이었다. 해당 기업이나 사업 관련 도서를 읽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조직 비전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성세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등 다양한 연령층이 포진해있는 기업의 속성을 감안해 독서를 직원의 행복과 조직내 상호 소통의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30일 교보문고가 지난해 6월2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1년간 기업 대상 도서 판매 순위를 집계한 결과 직무 연관성이 없더라도 직장과 가정 생활, 인문학을 놓고 토론 문화를 장려하는 책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다양한 세대가 독서 모임에서 나가 장벽을 허물고 갈등 완화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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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10위권 내에 들어간 경제경영서는 비록 1위를 차지했지만 김난도 교수 등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22’ 한 권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부분은 개인의 행복, 가정이나 직장 생활의 애환을 다룬 책이었다. 단적인 사례가 2위를 차지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이 쓴 ‘오은영의 화해’다. 부모와 자녀라는 관계 속에서 미움, 고통, 원망, 죄책감 등이 쌓여 상처받은 사람들에 대한 조언을 다룬 책이다.

또 힘든 사회 생활에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들도 눈에 띈다. ‘어른을 위한 힐링 판타지’라는 평가를 받는 이미혜 작가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2편과 1편이 각각 3위, 6위를 차지했다. 4위인 매트 헤이그의 판타지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와 7위에 오른 소윤 작가의 에세이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도 사랑과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주는 책이다. 또 인문학에 대한 직장인들의 갈증을 반영해 에릭 와이너의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와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각각 5위, 8위를 차지했다.



기업들이 재테크 방법 자체보다는 부동산, 주식 등을 둘러싼 직장인들의 애환을 다룬 책을 단체 구매했다는 점도 주목거리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시리즈 1편 ‘김부장 편’과 2편 ‘정 대리 권 사원 편’, 3편 ‘송 과장 편’은 각각 9위, 16위, 25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결혼, 내집 마련, 자녀 취업, 희망퇴직 등 직장인이라면 세대를 막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문제라서 책을 읽고 얘기하다 보면 어느덧 독서 동아리 회원끼리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독서경영의 진화에도 경제경영 도서에 대한 수요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위권 밑에서는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부의 시나리오’ ‘NFT 레볼루션’ ‘돈의 심리학’ 등 새로운 경영 트렌트와 관련된 서적이 다수 포진했다. 이영태 교보문고 리딩트리파트장은 “기업 독서경영의 축은 직무교육, 직원 복지 등 크게 2가지”라며 “요즘은 사내 소통이 가능해야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토론 문화를 장려하고 만남의 장 자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독서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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