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사상 첫 반기 가계대출 감소…금융지주 호시절 끝나가나

[4대 은행 지난달 잔액 565조…상반기만 9조 '뚝']

금융위기때도 안줄던 가계대출

올 들어 6개월 연속 감소 추세

당국 '이자 장사' 경고도 곤혹

대출금리 낮추면 예대마진 줄어

보험·카드 등 계열사도 실적악화

9월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 땐

자영업자 빚 폭탄도 '리스크'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뒀던 국내 금융지주 회사들이 불과 반년 만에 하반기 실적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수익 기반인 대출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금융 당국의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점은 은행들로서는 곤혹스럽다. 여기다 주식과 채권 시장의 침체로 증권과 보험 등 비이자 수익의 원천인 계열사들의 상황도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지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만기 및 상환 연장 조처가 올해 9월 종료되면 부실 여신에 대한 리스크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시중 4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28일 기준)은 565조 4239억 원으로 전달보다 1조 4709억 원 줄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9조 3173억 원이나 감소했다. 특히 올해 들어 4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개월 연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달 역시 2영업일 만을 남겨 두고 있는 만큼 증가세로 돌아서기는 불가능하다.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국내 예금취급기관의 전체 가계대출도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유력해 보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대출 잔액 통계치를 제공하는 2003년 상반기 이후 단 한 번도 반기 기준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 심지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멈출지 몰랐다. 2007년 4분기 630조 1130억 원이던 가계대출은 이듬해 상반기 660조 원, 하반기 683조 원으로 증가했으며 2009년 상반기에는 700조 원을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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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감소세는 금융지주의 실적에 가장 큰 불안 요인이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주력 사업인 대출이 줄면 금융지주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수익성도 불안하다. 국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지난해 1분기 1.43%에서 올해 1분기 1.53%로 0.09%포인트 올랐다. 금리 상승과 운용 자산 증가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출이 줄자 은행들이 대출 수요자를 확보하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고 정부가 나서 예금금리는 올리고 대출금리를 낮추라고 압박하며 예대마진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배승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NIM 상승세는 이어지겠지만 상승 탄력은 점차 둔화될 것”이라며 “최근 은행권의 신규 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대출금리와 비교해 수신금리 상승 폭이 크게 나타나면서 축소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도 “올해까지는 괜찮겠지만 문제는 내년부터”라며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이 더 거세질 경우 그 시기가 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 시장 침체도 금융지주들에는 뼈아픈 상황이다. 주력 계열사인 증권과 보험·카드사들의 실적이 악화되며 금융지주들의 비이자 수익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의 경우 금리 급등으로 채권 평가이익이 감소하면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보다는 자본 확충에 힘쓸 수밖에 없다. 증권사 역시 증시가 하락장에 돌입하면서 증시 거래량이 급감하고 운용 수익이 줄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미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58곳의 순이익은 2조 596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 9946억 원)보다 31.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42조 원 이상이었던 국내 증시의 하루 평균 거래 대금은 16조~17조 원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증권사 실적 개선에 부정적인 이유다. 실제로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상장 증권사 7곳의 2분기 실적 전망치가 1분기보다 35% 안팎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시적으로 닥칠 위기 상황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상환 연장 등의 조처가 3분기 종료된 후에 나타날 후폭풍이다. 예상하지 못한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물론 당장 안심전환대출제도가 시행되면 일부 대출이 은행에서 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대손충당금을 지속적으로 늘려둔 만큼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하지만 2년 넘게 상환을 유예하고 있는 만큼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 역시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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