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사수가 중요한 뇌졸중의 전문치료인력 부족과 뇌졸중센터의 지역적 불균형이 심해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배희준 대한뇌졸중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은 1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생명을 책임질 뇌졸중센터가 서울·경기·부산 등 특정 지역에 밀집되어 소위 복합쇼핑몰 분포와 비슷한 양상"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뇌졸중 환자들의 급성기 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 역시 57.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치료 안정망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인의 사망원인 4위인 뇌졸중은 갑작스러운 뇌혈류 장애로 인해 발생한다. 뇌혈관의 폐쇄로 인한 허혈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의 파열로 인한 출혈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뉘는데, '골든타임'에 따라 치료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뇌세포가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최대 3~4.5시간. 즉, 뇌졸중 의심증상이 발생한 후 골든타임 이내로 가까운 병원 응급실을 찾아 혈전용해술이 이뤄져야만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후유장애 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날 학회 발표에 따르면 혈전용해술 등 재관류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로 일차 이송하는 비율이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전단계에서 뇌졸중 환자를 적절한 치료 기관으로 이송하는 것이 사망률을 낮추는 데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뇌졸중센터의 지역 불균형이 심해 이송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 실제 2016~2018년에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환자의 약 20%는 첫 번째 방문한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24시간 이내에 다른 병원으로 전원돼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의 경우 전원 환자의 비율이 9.6%에 그쳤지만 전라남도는 절반에 가까운 44.6%가 전원된 것으로 나타나 지역별 편차가 컸다.
이처럼 전원율이 높은 배경 역시 전문인력 부족과 뇌졸중센터의 지역불균형에 있다는 것이다. 강지훈 병원전단계위원장(서울의대 신경과 교수)은 "2022년 5월 기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215개에 달하지만 표준치료가 가능한 뇌졸중센터는 67개뿐"이라며 "급성 뇌졸중 환자의 재관류치료까지 가능한 센터는 54개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구급대원이 이송 예상병원에 뇌졸중 의심되는 환자를 사전 고지하는 비율이 98%에 달하는 데도 이 정보가 뇌졸중 진료 의료진에게 적절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전남·전북·경북·강원 등과 같이 고령 인구의 비중이 20%가 넘는 지역은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
차재관 질향상위원장(동아의대 신경과 교수)은 "뇌졸중과 같은 급성기 질환은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며 "거주지역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누리지 못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뇌졸중센터가 확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뇌졸중센터 지역 불균형을 일으키는 근간에 저수가 문제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고 봤다. 2017년 뇌졸중 집중치료실에 대한 수가가 신설됐으나 턱없이 낮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뇌졸중 집중치료실의 입원료는 약 13만~15만 원으로, 간호간병통합 서비스 병동 병실료보다 저렴하다. 급성기 환자가 주로 방문하는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도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학회는 이런 지역편중 현상 해결을 위해서는 병원전단계 뇌졸중 환자 이송 시스템을 강화하고 중증응급의료센터 기반으로 뇌혈관질환 센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응급의료서비스(Emergency Medical Service)와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센터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담당 의료기관을 전국적으로 균형감있게 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급성기 뇌졸중 진료가 가능한 뇌졸중 센터를 전국적으로 확충하고 신경과 전문의를 배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지역뇌졸중센터와 중앙센터 설치, 권역센터 확대가 이뤄지려면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도 호소했다.
뇌졸중학회는 대한응급의학과와 함께 2일 공청회를 열어 관련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대한뇌졸중학회 이경복 정책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변화하는 인구구조와 치료 환경을 반영해 병원전단계에서 적절한 기관으로 이송되어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며 "치료의 질 관리를 위해 자원 배분 역시 적절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