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 경기가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 경제가 이미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는 평가다.
6월 30일(현지 시간) 미 애틀랜타연방준비은행이 ‘국내총생산(GDP) 나우’라는 자체 모델로 추산한 미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0%(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에 그쳤다. 약 한 달 전인 5월 27일까지도 2분기 성장률을 1.9%로 관측했지만 그 사이 발표된 경제지표의 부진 등을 반영해 대폭 낮춰 잡은 것이다. 이 같은 예측이 현실화하면 미국 경제는 1분기 -1.6% 성장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하면서 시장에서 말하는 기술적 경기 침체의 요건을 갖추게 된다. 폭스뉴스는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돌입했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민간 분석 기관도 2분기 역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미국의 2분기 성장률이 -1.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공식적인 경기 침체는 미국의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민간 기구인 전미경제조사국(NBER)이 선언을 해야 인정된다.
시장에서는 시기에 대한 판단의 차이가 있을 뿐 다가올 경기 침체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이체방크가 이날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투자자들의 90%가량은 미국이 2023년 말 이전에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시각각 악화하는 경기 전망에 시장 비관론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닥터 둠’으로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문에서 “우리는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과 2008년식의 부채 위기의 결합으로 향하고 있다”면서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부채 위기”라며 복합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다. 루비니 교수는 현 상황이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지금은 당시와 같이 물가가 높으면서도 부채가 월등히 많다고 짚었다. 이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공공부채가 1999년 200%에서 최근 350%까지 증가한 가운데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빠르게 정상화하면 빚이 많은 좀비 기업이나 가계·금융사·정부를 파산과 디폴트(채무 불이행)로 몰고 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확산에 국채금리는 장중 3% 선을 내줬다.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2.97%까지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해 3.02%에 장을 마쳤지만 지난달 14일 3.47%까지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약 2주 사이에 0.5%포인트 가까이 미끄러졌다. WSJ는 “경기 둔화 우려에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미 국채로 몰리면서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