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다 돼 가지만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다. 김승희 장관 후보자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됨에 따라 경우에 따라서는 공석 상태가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윤 정부가 강조한 ‘과학 방역’과 연금 개혁은 수장의 부재로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정계와 관가에 따르면 여권 내에서도 김 후보자 자진 사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1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 “어쨌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야당에서 많은 공격을 하게 될 것"이라며 “김 후보자가 그런 일은 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회계 책임자가 일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문제가 불거졌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어찌됐든 좋은 모습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선관위는 지난달 28일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2조와 47조 위반 혐의로 대검에 수사 의뢰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정치 자금을 고의적으로 사적 용도로 사용한 것이 아니며 회계 처리 과정에서 실무적인 착오로 인한 것”이라며 “임대·보험료 처리 등을 회계실무진이 진행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보건복지부의 관계자는 “제1, 2 차관이 장관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어 사실 업무 공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다만 장관의 핵심 역할 가운데 하나가 국회 설득인데 입법 추진 과제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그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힌 과학 방역과 연금 개혁도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대규모 항체 양성률 조사는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연금 개혁은 아예 손도 대지 못 했다.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바쁜데 장관이 없는 상황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도 되지 않고 있다”며 “오랜 기간 복지부 장관의 부재, 여소 야대의 국회 상황과 총선 일정 등을 감안하면 연금 개혁은 총선 전까지는 진도가 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김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 고심하는 분위기다. 국회 여야 원 구성 협상이 막판 진통을 겪는 가운데 일단 권선동 국민의힘·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담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기류가 강하다. 국회 상임위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인사 청문 절차를 거치고 그 결과에 따라 임명 여부를 최종 판단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