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패키징 태스크포스(TF) 팀을 조직했다. 업계 최대 이슈로 떠오른 반도체 후공정 시장 대응 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최고경영자(CEO) 직속 팀이다. 대형 칩 위탁 생산(파운드리) 고객사와 패키징 협력 방안을 인텔·TSMC 등 라이벌 업체보다 먼저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달 중순에 ‘어드밴스드 패키징사업화’ TF 팀을 꾸렸다. 이 TF는 삼성전자 DS 부문 CEO인 경계현(사진) 사장의 직속 부서다. 책임자는 박철민 메모리사업부 상무가 맡았다.
이 팀은 DS 부문 내 패키징 사업을 담당하는 테스트&시스템 패키지(TSP) 총괄 외에도 반도체연구소, 메모리, 파운드리 등 각 사업부에서 차출된 임직원으로 구성됐다.
이 TF는 경 사장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며 각종 사안을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DS 부문 수장으로 부임한 지 한 달 만인 올 2월 1차 TF를 구성해 약 한 달간 운영했다. 이때 얻게 된 결과를 토대로 지난달 다시 팀을 꾸려 구체적인 전략을 짜게 된 것이다. 경 사장은 이 TF에서 선단 패키징 기술을 활용해 고객사와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경 사장의 행보는 그가 반도체 선단 패키징 분야의 미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패키징은 전(前)공정을 끝낸 웨이퍼를 반도체 모양으로 자르거나 배선을 연결하는 작업을 말한다. 업계에서는 후공정이라고도 부른다.
오늘날 전공정으로 회로를 미세화하는 작업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칩과 칩을 이어 붙여 하나의 반도체처럼 동작하게 하는 이른바 ‘3차원(D) 패키징’ 또는 ‘칩렛’ 기술이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 인텔, 대만 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의 적극적인 선단 패키징 투자가 눈에 띈다. 시장조사 업체 욜디벨롭먼트의 시장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첨단 패키징 시장 설비투자 규모 중 59%를 인텔(32%)과 TSMC(27%)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서 삼성전자는 대만 후공정 업체 ASE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인텔은 이미 2018년 ‘포베로스’라는 3D 패키징 브랜드를 선보이며 각종 신제품에 이 기술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제품 속에 들어가는 각 영역을 타일처럼 만들어서 조립하는 방법도 고안했다. 2020년 출시한 ‘레이크필드’라는 칩은 이런 방법으로 만들어져 삼성전자 노트북 PC에 탑재되기도 했다. TSMC도 최근 최대 고객사인 미국 AMD의 최신 제품을 이 기술로 생산하기로 했다. 이들은 아예 일본에 3D 패키징 연구센터를 만들어 지난달 24일부터 운영할 만큼 공격적이다.
삼성도 2020년 3D 적층 기술 ‘X-큐브’를 공개하는 등 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지난해 6월 ‘핫칩스 2021’ 행사에서 ‘3.5D’ 패키징을 개발하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번 TF 조직으로 이 분야에서 라이벌 업체와 ‘초격차’를 확보할 만한 묘수를 찾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경 사장은 올 2월 열린 삼성 T&C 포럼 행사에서 선단 패키징 콘셉트를 소개하며 “아마 모두가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어드밴스드 패키징으로 반도체를 만들 것”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