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재용, 반도체 공급망 협력 논의…韓日경협 ‘민간 외교’ 행보

■연이틀 게이단렌 회장단 회동

도쿠라·히가시하라 회장 등 만나

광범위한 日 재계 네트워크 과시

양국 기업간 교류 활성화 기대감

재계 “새로운 한일 관계 출발점

국익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일본 기업인 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장단과 연이틀 만났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최근 미국과 유럽의 여러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만난 데 이어 한일 관계에서도 민간 경제 외교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며 기대를 내비쳤다.



5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전날 한일재계회의 참석차 방한한 도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과 만찬 회동을 했다. 이 부회장과 도쿠라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일 기업 간 교류 활성화와 공급망 안정을 위한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쿠라 회장은 스미토모화학 회장으로 삼성과 오랜 인연이 있다. 스미토모화학은 삼성전자에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편광 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례적으로 이튿날인 5일에도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게이단렌 부회장(히타치그룹 회장)과 오찬을 함께했다. 두 사람은 양사 간 반도체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일본 최대의 전자 제품 제조사인 히타치에 반도체를 납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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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게이단렌 회장단을 잇따라 만난 것은 오랜 기간 사상 최악의 수렁으로 빠졌던 한일 관계를 민간 차원에서 회복하고 한미일 공급망 협력에 힘을 보태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오는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가 다른 재계 인사에 비해 월등히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 개인적으로도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의 피해 기업에 무리한 납기를 요구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현지 기업들과 탄탄한 신뢰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부회장은 대지진 당시 일본의 주요 협력사에 “빠른 복구와 생산 활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위로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도 긴밀한 사이인 것으로 유명하다. 손 회장은 2013년, 2014년, 2019년 한국을 찾을 때마다 이 부회장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가 NTT도코모·KDDI 등 일본 1·2위 통신 사업자에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공급하고 현지에 갤럭시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게 된 데도 이 부회장의 개인 인맥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1993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하며 출범한 일본 핵심 전자 부품 업체들과의 협력체 ‘LJF(Lee Kunhee Japanese Friends)’ 회원사들과도 지속해서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이 부회장은 한일 갈등이 고조됐던 2019년 9월에도 한국 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일본 재계의 초청을 받아 럭비 월드컵 개회식·개막전을 참관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과 도쿠라 회장이 만난 게 민간 차원의 새로운 한일 협력 관계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지금과 같은 엄중한 상황에서 민간 외교관으로 나라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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