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쉬인





2008년 중국 검색엔진 회사에서 일하던 쉬양텐은 광저우에서 온라인 패션 쇼핑몰 ‘쉬인사이드(Sheinside)’를 설립했다. 그는 창업 후 해외에서 웨딩드레스를 직구해 팔다가 2012년부터 패스트 패션으로 전환했다. 사업 초기에는 광저우 의류 도매 시장에 의뢰해 제작한 옷을 중국 고객에게 판매했으나 2년 뒤 프랑스 등 해외 시장을 두드렸다. 2015년에는 사명을 기억하기 쉽고 온라인 검색이 수월한 ‘쉬인’으로 바꿨다.



쉬인은 2018년 진출한 인도 시장에서 대박을 치며 자라·H&M이 장악하던 패스트 패션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여러 인종을 모델로 내세우는 등 무국적화를 추구해 미국에도 안착했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매출이 전년 대비 2배씩 늘어나는 초고속 성장을 했다. 지난해 매출은 1년 전보다 60% 증가한 160억 달러였다. 올해 4월 펀딩 행사에서 기업가치를 1000억 달러로 평가받았는데 이는 자라와 H&M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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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인은 값싼 의류를 신속히 공급하는 ‘더 빠른’ 패스트 패션을 창조했다. 광저우 본사 근처에 있는 수백 개의 공급 업체와 협력하며 일평균 200여 종의 신제품을 쏟아낸다. 샘플 제작에서 출고까지 걸리는 시간은 3~5일에 불과해 업계 평균인 15일보다도 짧다. 최대 경쟁력은 가성비다. 평균 가격이 상의 5.99달러, 원피스는 9.99달러다. 지난해 CNN 방송은 “트렌드에 민감한 젋은 여성을 공략한 점은 경쟁 업체와 같지만 가격이 매력”이라며 “적은 돈으로 각종 패션을 즐기고 싶은 MZ세대가 쉬인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쉬인을 상대로 한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이 최근 3년 동안 미국 법원에서만 50건 이상 확인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랄프로렌 등이 디자인 표절 등을 이유로 쉬인을 제소했다.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산업 기술을 탈취하는 중국 기업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2월까지 적발된 산업 기술 해외 유출 사건이 99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3분의 2가 중국과 관련돼 있다. 보안 관리를 강화해 우리 기업의 지재권과 기술을 지켜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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